하버드대 샤프란 교수 "의료진과 환자 모두 `윈-윈'"
"신속한 질병 징후 포착..대응책 마련 용이"

"의료정보학이 자리를 잡게 되면 일선 약국의 감기약 소모량만 파악해도 사흘 후 병원 응급실에 오는 환자가 어느 정도가 될지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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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보학(정보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세계의료정보학회 회장(2004~2006년)을 지낸 미국 하버드의대 가정의학과 찰스 샤프란(Charles Safran) 교수는 앞으로 IT기술에 각종 의료 관련 정보를 더한 `의료정보학'이 현행 헬스케어 시스템의 변혁을 주도할 것으로 확신했다.

대한병원협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국민과 함께 세계로 미래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최근 개최한 병원관리종합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샤프란 교수를 9일 만났다.

그는 우선 오바마 정부가 진료의 질 향상 차원에서 1차 진료의사의 전자건강기록 사용 촉진을 통한 `의미있는 정보기술 사용'에 400억달러의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미국의 사례를 상기시키며 의료정보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샤프란 교수는 "이제 미국 내 6천개 이상의 병원마다 최소 1명의 의료정보학 전문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400억달러의 정부 재원 가운데 실제로는 170억달러 정도가 실제 의료정보학 시스템 구축에 소요되고, 나머지 금액은 시스템 구축과정에서 점차 세이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데 대해 "의료정보학 기술이 미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발생하는 의료시스템 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정보학기술이 구축되면 의료진과 환자 간에 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면서,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의료정보학기술의 혜택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만약 급성백혈병에 걸린 어린이에게 2년 정도의 항암치료가 필요할 경우 보통은 병원에서 첫 항암주사를 맞으면 그냥 집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7일 후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고, 다른 감염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아이의 보호자가 모든 약에 대한 부작용을 모니터링 해야 하죠. 하지만, 지금은 부작용이 있어도 이게 약물 복용에 따른 것인지, 백혈병의 부수적 증상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의료정보학기술이 활용되면 보호자는 아이에 대한 증상과 기록을 의료진에게 원격으로 보낼 수 있고, 부작용 증상에 따른 답변도 바로 받아 조치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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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이 얘기는 의료정보학기술이 구현되면 환자나 보호자가 질병정보를 직접 관리하고,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진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그는 환자의 의료정보를 통합 활용하는 데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의료정보화와는 별개로 환자의 개인정보는 어떻게든 지켜져야 한다"면서 "미국에서도 의료정보화에 따른 정보를 누가 갖느냐가 논쟁 중이이지만, 만약 사본 개념의 환자정보가 넘어간다고 해도, 원본은 의료기관이 여전히 갖고 있는 만큼 정보의 집중이냐, 분산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운영체계를 만들어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종플루처럼 급속도로 번지는 전염병에도 의료정보기술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신종플루 같은 감염성 질환에 의료정보학이 접목되면 보건당국이 일선 병원 응급실에 오는 환자들의 질병 패턴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됨으로써 더욱 빨리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시민의 입장에서도 가정에 있으면서 어느 곳이 위험지역이고, 감염예방을 위한 대응요령은 무엇인지에 대해 신속한 정보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민 가운데 `첨병' 역할을 하는 사람을 둠으로써 휴대전화 등을 통해 보건당국에서 질병의 징후와 유행 유무를 빨리 파악하는 것도 의료정보학의 이점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