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신규 수주부문에서 중국에 선두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이번에는 수주 잔량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세계 1위를 뺏겼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월 초 현재 세계 조선 수주 잔량에서 중국은 34.7%의 점유율을 기록, 33.8%인 한국을 처음으로 추월했다고 한다. 연말까지 한국 조선업체가 수주할 물량은 STX와 대우조선해양의 브라질 벌크선 등 얼마되지 않는 만큼 결국 수주 잔량과 신규 수주량에서 모두 연말까지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고의 조선 대국임을 자부해 온 우리로서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주 잔량은 조선업체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까닭에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우리가 지난 2000년 일본을 추월하며 세계 1위 조선 대국으로 발돋움했던 과정을 중국이 마치 그대로 이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조선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선박 수요 감소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아무래도 고부가가치 선박을 많이 만드는 우리 업체보다는 저가 위주 수주에 치중하는 중국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그렇긴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며 앉아서 중국에 선박 대국의 자리를 물려주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번 빼앗긴 1위 자리는 아무리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되찾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조선업 살리기에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안될 때다. 정부가 마침 지난 5일 선박펀드의 투자한도를 확대해 부실 해운사의 선박 매입을 확대하고 해운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선 · 해운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독일 프랑스 중국 등 외국 정부가 자국 조선 및 해운업 보호를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을 이미 시작했거나 검토중인 점을 감안, 추가적인 조선업 지원책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미 발표한 지원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사후 점검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지난 4월 선박매입을 위해 조성된 선박펀드가 금융회사들의 소극적인 참여 등으로 6개월 이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어 온 것과 같은 일이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중소 조선사와 해운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조선업계 역시 고부가가치 선박 등을 중심으로 수주를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생산성 향상에도 만전(萬全)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몇 안되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산업 중 하나인 조선산업이 이대로 가라앉게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