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를 뛰었다면 나는 100칼로리의 음식을 조금씩 먹었다. 5㎞를 뛴다면 나는 50칼로리의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음식의 대가를 바라선 절대 안 된다. 그것이 온전한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 지난 6월 출간된 백영옥씨의 소설 '다이어트의 여왕'에 나오는 이 대목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몸매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나마 먹은 만큼 운동을 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무리하게 살을 빼는 게 문제다. 빼빼마른 몸인데도 식사량을 줄이면서 피골이 상접해가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가 하면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충분치 않을 임신부가 다이어트에 나서기도 한다. 직장에서도 몸이 다소 통통한 사람들에겐 자기관리를 그것 밖에 못하느냐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형성되고 있다. 오죽하면 '나는 다이어트 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개그가 등장했을까.

무리한 다이어트를 사회 병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TV나 영화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을 기준으로 삼아 실제와는 상관 없이 자신의 몸을 비정상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날씬한 몸매를 갖기위해 거식증에 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인 프로아나(pro-ana)다. 프로아나는 '~을 위하여'라는 뜻의 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anorexia가 합성된 말로 번역을 한다면 '거식 지향증(拒食 志向症)'쯤 되겠다. 모델이나 탤런트 처럼 일을 위해서 체중관리를 하다가 프로아나가 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일반인들 중에도 거식증에 걸렸으면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니 사회 병리라고 규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들은 모든 음식의 칼로리를 철저하게 계산해 먹는 것은 물론 먹자마자 체중을 달아보는 등 극도로 예민해 진다. 식욕을 이기지 못해 폭식한 다음 일부러 토해내는 일도 흔하다. 이렇게 식사장애가 반복되면 구토로 인해 위와 식도가 손상되고 탈모,잇몸 손상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전해질 불균형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잘못된 다이어트는 비만으로 인한 질병보다 더 큰 문제를 불러오는 셈이다.

미용을 위해 식사조절을 하고 운동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다만 과도한 욕망에 의해 무리하게 다이어트에 나서는 걸 경계하자는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몸에 대해 왜곡된 환상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이해를 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다이어트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파악해 건강하게 살을 빼면 그만이다. 몸은 소중히 여기고 제대로 관리해야 진짜 아름다워진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