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주가 조정입니다. PB(프라이빗 뱅킹) 고객들은 주식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습니다. "

강홍규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PB센터장은 "서울 강남 일대 자산가들이 최근 며칠간의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센터장과 인터뷰를 가진 지난달 29일은 코스피지수가 3일 연속 하락해 8월21일 이후 2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1585.85로 떨어진 때였다. 한 고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강 센터장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을 뿐 펀드를 환매하겠다거나 손실을 냈으니 책임지라는 식의 얘기는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하나은행 PB사업본부는 4분기에 주가가 조정기를 맞을 것이라는 컨센서스를 갖고 고객의 자산을 운용해 왔다"고 밝혔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기업의 이익 감소와 오랜 상승세에 따른 시장의 피로감 등으로 4분기 주가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2~3년 전 펀드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코스피지수가 1500에서 1700까지 상승하는 동안 환매를 권했고 1700을 넘어선 다음부터는 일시적인 하락기를 기다려 저가에 매수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최근 주가 하락세에 대한 PB 고객들의 반응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시기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전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내외 실물경제 악화가 뚜렷한 가운데 주가가 떨어져 투자자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은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어서 주가 하락에 크게 놀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며칠간 주가가 하락하자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돈을 가져와 주식을 분할 매수하겠다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투자자들이 한 차례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뒤로는 분산투자에 더욱 신경을 쓰는 등 스스로 위험관리를 하고 있어 주가 하락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1500대 초반까지 밀린 뒤 상승세를 재개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와 같은 경기 회복세가 계속되면 연말이나 내년 1분기부터는 주가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주식 및 펀드 투자는 해외보다는 국내 시장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지리적으로 멀고 정보도 접하기 어려운 해외 시장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또 내년부터는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사라져 투자 매력이 전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자원 부국인 러시아와 브라질 관련 펀드는 일정 부분 투자를 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함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러시아와 브라질 경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채권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 전략이 경기 및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금리 인상이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전망과 관련해 강 센터장은 "테헤란로에 건물을 가진 고객들의 표정을 보면 부동산 경기를 알 수 있다"는 독특한 경기관을 제시했다.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은 위치상 테헤란로의 건물 소유주들을 고객으로 많이 확보하고 있다.

강 센터장은 "테헤란로 인근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이 여전히 높고 임대료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부동산은 경기 후행 지표의 성격이 있어 얼마간 침체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테헤란로의 임대 수익률은 연 4%대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강 센터장은 부동산 경기도 결국 살아나겠지만 서울의 경우 지역별로 세분화하고 권역화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이 강남 용산 등 소수의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면 앞으로는 여러 지역이 동시에 개발될 것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전망이다.

강 센터장은 2007년과 2008년 연속으로 하나은행 최우수 PB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지난 7년간 PB로 활동하면서 세 차례나 최우수 PB에 선정됐다. 그는 "은행이라고 해서 고객의 자산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검진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유학 상담도 알선하는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한다는 자세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