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 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조동화 ‘나 하나 꽃 피어’ 전문


단풍철입니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가 모두 꽃으로 피어오릅니다. 단풍나무가 따로 없습니다.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름 없는 모두가 소중한 꽃이죠. 시인은 “조직이 당신 모두를 필요합니다”라고 귀가 따갑도록 매일 듣는 말을 이렇게 곱고 절실하게 전달합니다. 이름 없는 당신이 우리를 만든다는 걸 새롭게 깨닫게 하죠. 단풍은 보는 즐거움 이상을 줍니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