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올해 3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며 금융위기 이후 부진의 늪에서 본격적으로 벗어나는 모습이다.

은행들의 실적 호전은 대체로 순이자마진(NIM) 개선과 대손충당금 적립액 감소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금융위기 악몽을 털어내고 실적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실적을 완전히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 당기순이익 급증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3분기에 4천11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분기 1천713억 원보다 2천397억 원이나 증가한 금액이다.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분기 2천227억 원에서 3분기 2천312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 3천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하나은행은 2분기 1천698억 원의 흑자를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2천111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다음 달 3일 실적을 내놓는 외환은행도 3분기에만 4천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돼 우리은행과 함께 업계 선두권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은 지난 1분기 748억 원 적자에서 2분기 2천382억 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하는 신한은행도 2분기 2천20억 원보다 많은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30일 실적 발표를 앞둔 기업은행도 시장 예상치인 평균 2천89억 원을 웃도는 성적표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님(NIM)' 개선이 실적 견인


은행권 3분기 실적 발표의 공통점은 NIM 개선이 실적을 견인했다는 점이다.

NIM은 은행의 예대마진에다 유가증권 운용 수익과 조달비용을 포함한 전체 이자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수익성 지표다.

NIM이 개선됐다는 것은 은행의 핵심이익인 이자이익이 늘었다는 의미다.

우리은행의 NIM은 2분기 1.65%에서 3분기 1.80%로 0.15%포인트 상승했고 하나은행도 이 기간 1.43%에서 1.72%로 0.29%포인트 급등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분기중 3개월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금리가 상승한 반면,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돌아와 낮은 금리로 갈아타면서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은행은 3분기에 2.20%를 기록, 전분기보다 0.04%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국민은행은 대출자산 가운데 3개월 CD연동보다 6개월 CD연동 비중이 높아 CD금리 상승분이 아직 반영되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대손충당금(떼일 것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돈) 감소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연체 증가율이 둔화한 데다, 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상반기 때 대손충당금을 미리 쌓아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분기 5천213억 원에서 3분기 2천766억 원으로 2천447억 원이나 줄었다.

하나은행도 2분기 중 625억 원을 쌓았으나 3분기에는 환율 하락에 따라 579억 원이 오히려 환입됐다.

일회성 이익의 영향도 컸다.

우리은행의 경우 잠실 전산센터를 매각해 1천383억 원(세전)의 이익이 발생했고 외환은행도 법인세 2천150억 원이 9월 말에 환급돼 3분기 실적으로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한 회복은 내년 가야"

전문가들은 은행 실적이 `회복궤도'에 무사히 안착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금융위기 이전 호황기였던 2007년 수준까지 회복되려면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은 2007년 당시 연간 2조 원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냈었다.

분기당 평균 실적이 5천억 원이 넘어야 가능한 수치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은행 호황기와 비교하면 50~60% 정도만 실적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80% 정도만 회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그 근거로 "현재 은행권이 CD금리로 조달하는 자금은 115조 원인데 반해 CD금리 운용 규모는 450조 원에 이른다"며 "CD 금리가 4%대까지 올라가야 순이자마진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4분기에는 3분기보다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로 맞추려고 부실채권을 상각하면 손실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원은 "수익성과 건전성이 개선되는 추세는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은행권 실적은 전체 경기 전망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낙관하기만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