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러시아 주재원들의 역량은 국내에서 듣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일터는 옛 소련 지역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국제감각과 다양한 해외 근무 경험은 세계 어디서든 통할 것 같았다. 옛 소련 지역 내 생산 · 판매법인을 관장하는 서치원 CIS총괄(53 · 사진)도 해외영업 베테랑이다. 과장 시절이던 1994년 러시아에서 해외영업을 시작,우크라이나 지사장을 거쳐 최근엔 두바이를 거점으로 중동 · 아프리카지역 총괄까지 지냈다. 서 총괄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진 요인으로 "무엇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5년 이상 해외영업을 해왔는데 과거와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1990년대는 주로 오디오 비디오 같은 저가 제품들을 팔았어요. TV 같은 제품을 제값 받고 팔기는 어려웠지요. 당시엔 일본 · 유럽 유수의 기업들과 감히 경쟁한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하지만 1993년 신경영 효과가 가시화되던 2000년쯤부터 시장의 대접이 달라지더군요. 러시아인들은 이제 삼성을 국민브랜드로 생각할 정도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

이건희 전 회장이 '질경영'을 들고 나왔을 때 직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엔 그 뜻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시장점유율을 일정 수준에서 지켜야 하는데 질 때문에 양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2~3년 지나 본사의 실질적 매출 기준이 바뀌면서 '아 정말 우리 회사가 달라지는구나'하고 느꼈어요. "

▼매출 기준이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과거에는 수출품을 배에 싣는 즉시 매출로 잡았어요. 최종 판매가 이뤄지느냐 여부는 따지지 않았죠.그런데 매출 기준이 선적에서 유통점에 도착하는 것으로,다시 고객 손에 제품이 도달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영업맨들의 자세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출 산정이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바뀐 것도 엄청난 긴장감을 몰고 왔습니다. "

▼CIS총괄 조직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매출 100억달러를 돌파하는 것입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러시아 경제사정이 좋지는 않지만 마케팅과 판매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해외에서 받았던 설움을 떠올려보면 경기침체 같은 것은 큰 어려움도 아니에요. "

모스크바=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