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하는 한국 기업] 합치고 사업 재조정…그룹 아래 뭉쳐 '공격 앞으로'
◆합치고 공격 앞으로
유 · 무선 통신시장의 경계가 급속히 허물어지면서 통신업체들의 합병이 가장 두드러진다. KT와 KTF가 지난 6월 합병한데 이어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통신 3사도 내년 1월 중 합병하기로 했다. 자산 8조원,가입자 1360만명을 보유하는 종합 유무선 통신사를 만들어 SK텔레콤 및 KT의 양강구도를 허물어뜨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에따라 SK텔레콤과 브로드밴드 간 합병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SDS와 네트웍스 간 합병은 규모를 키워 해외로 나가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IT 시스템사업을 하는 삼성SDS와 통신업무를 하는 네트웍스를 통합함으로써 토털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삼성SDS는 합병 후 2015년 글로벌 톱10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삼성은 카메라를 만드는 디지털이미징을 삼성전자로 내년 초 흡수 합병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또 롯데그룹은 호남석유화학 · 케이피케미칼을 통합키로 했고 한화그룹은 한화리조트 · 한화개발 · 한화63시티 등 레저관련 3사를 합병해 덩치를 키우기로 했다. 포스코도 철강생산 자동화 기술을 갖춘 포스콘과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업체인 포스데이터를 합쳐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SK그룹에서는 SK네트웍스가 워커힐과 합병해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혀 놓은 상태다.
◆그룹체제의 강점 극대화 전략
이 같은 대기업 그룹 계열사 간 합병은 공격경영을 위해 '프런트라인'을 정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세계적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낸 국내기업들이 그룹체제라는 한국 특유의 강점을 앞세워 치고 나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성장동력을 찾아 개별적으로 달려 왔던 계열사들을 그룹이라는 한차원 높은 수준에서 합병 등을 통해 재배치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그룹 내 합병에는 외부업체 인수합병(M&A)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해서는 다른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지난해 이후 공격적으로 M&A를 해온 업체들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자 내부통합을 통해 체력을 보강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다. 내부통합은 재무적 부담이나 문화 통합에서 외부기업 인수보다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룹 내 사업 재조정을 통해 견고한 체력을 갖춤으로써 불확실성에도 대비할 수 있는 효과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블딥이나 트리플딥 같은 얘기가 나오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혹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시장이 확대되면 강화된 체력으로 공격경영에 나서고, 위축되면 효율화한 체력으로 버텨나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김용준/김태훈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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