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카드사 분사 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은 SK텔레콤과 합작카드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영권 등에 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황영기 전 회장 시절 카드 분사를 추진하던 KB금융은 황 전 회장의 사퇴로 카드 분사도 늦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은행의 카드 부문 분사가 카드업계에 미치는 파급력도 당초 예상보다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하나카드의 지분 일부를 SK텔레콤에 매각,합작사를 설립키로 하고 협상 중이지만 지분 매각 규모와 가격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 간의 쟁점은 어느 쪽이 과반 지분을 보유해 경영권을 갖느냐 하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카드가 하나은행에서 분리된 회사인 만큼 당연히 경영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SK텔레콤 내부에서는 단순한 지분 참여라면 카드사업에 진출할 필요가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은 지난 23일 있었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협상 막바지로 오면서 의견 차이가 줄지 않고 있지만 협상이 깨진 것은 아니다"라며 "이달 말까지는 최종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일단 100% 자회사로 다음 달 2일 하나카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SK텔레콤과 제휴를 하지 않을 경우 하나카드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의 고객 정보와 영업망을 활용해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카드 분사 작업은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의 사퇴로 소강 상태를 맞고 있다. KB금융은 카드사 분사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황 전 회장의 사퇴 이후 조직 정비작업이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카드 분사 작업은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민은행의 순이익과 순이자마진(NIM) 등이 아직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카드 분사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한 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카드 부문이 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규모가 커서 분사를 할 경우 은행 수익이 큰 폭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유승호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