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불어닥친 세계 금융위기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요구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안겨줬다. 이 같은 위기에서 등장한 삼성증권의 'Creative With You' 방송광고는 '금융'과 '창ㄴㅇ에 사로잡았다. 젊은이의 걸음은 문워크가 되고 글씨는 그래피티가 되며 자전거는 익스트림스포츠로 변한다. 금융도 새롭게 탈바꿈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우러난다.

이 TV광고는 한국경제신문과 한국CM전략연구소가 지난 3분기(7~9월) 시청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송광고 호감도(MRPㆍMind Rating Point) 조사에서 증권부문 베스트로 선정됐다. 삼성전자 '블루 미러'는 카메라,아모레퍼시픽 '려'는 화장품,SK텔레콤은 기업,한화건설 '꿈에그린'은 아파트,롯데카드 'DC플러스카드'는 카드 부문 정상에 각각 올랐다.

◆삼성증권

삼성증권의 'Create With You' 광고는 자본시장통합을 앞둔 국내 금융환경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문화와 인종 등을 표현한다. 기존 증권사 광고들이 수수료 할인과 수익률을 천편일률적으로 강조하는 데 반해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배경음악인 'Hey Mrs'는 비주얼에 한층 힘을 실어준다. '금융'과 '크리에이트'는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지만 금융도 이젠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삼성증권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했다. 평범하던 것들에 창의성을 조금만 보태면 새롭고 놀라운 것들이 재창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 방송광고는 소비자들로부터 총 4.92 MRP (호감도)를 획득,증권부문 1위에 올랐다. 남성 보다 여성,특히 '30대 여성'층에서 호감도가 가장 높았다. 좋아하는 이유로는 '독창성''문구의 설득력''이해도''배경음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 블루미러

이 광고는 지상파용과 극장용 등 두 가지 버전으로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준다. 다년간 모델로 내세웠던 장동건을 최근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한효주로 과감하게 교체했다. 한효주는 밝고 청순한 이미지를 지녔지만 여기서는 섹시댄스를 추는 파격성을 드러낸다. 광고집행 방식에서도 티저광고로 궁금증을 유발한 뒤 15초 뒤 해답을 주는 두 가지 광고를 연이어 내는 '헤드&테일(Head & Tail)' 기법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첫 CM에서 한효주는 화려한 의상과 강렬한 리듬에 맞춰 댄스를 추며 '한효주는 2개다'라는 카피와 두 개로 나누어지면서 호기심을 유발한다. 두 번째 광고에서 한효주가 둘로 나누어진 이유는 바로 삼성 블루미러의 앞과 뒤에 장착된 듀얼 LCD 때문임을 보여준다. 이 광고는 남성보다는 여성,특히 30대 여성 층의 호감도가 높았다. 이유는 '모델의 신뢰성' '모델의 매력' '광고의 활기찬 분위기'순으로 나타났다. 한효주에 대한 신뢰와 매력이 큰 영향을 끼친 셈이다.


◆아모레퍼시픽-려

지난해 4월 윤은혜를 모델로 '윤씨 가문의 36대손'편을 첫 선보인 '려(呂)' 샴푸는 올 6월 두 번째 CM인 '가문의 비책'편을 내놨다.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나는 비주얼에는 분위기상 국악 가락이 울려 나올 법하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배경음악으로 김건모의 '려인'이 흐른다.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음악이다. 풍성하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윤은혜의 검은 머릿결이 물결칠 때,'여자에게 머리카락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내레이션도 호소력을 발휘한다. 풍성한 머릿결을 우아하고 동양적인 여백의 미와 적절하게 결합시켜 제품의 매력을 돋보이게 표현한다. 이 방송광고는 남성보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머리숱을 걱정하는 '50대 남녀'들이 선호했다. '모델을 신뢰할 수 있다''광고가 이해하기 쉽다''모델과 제품이 잘 어울린다'는 게 좋아하는 이유였다. 윤은혜가 제품의 가치를 충분하게 어필시키며 호감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덕분에 려는 탈모증상을 걱정하며 풍성한 머릿결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틈새시장을 파고 드는 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SK텔레콤 광고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잠시 '더 큰 세상'으로 광고캠페인을 펼치다가 '사람을 향합니다'로 되돌아왔다. 사실 애플 앱스토어를 벤치마킹한 SK텔레콤의 앱스토어(모바일 콘텐츠 장터)를 부각시키고 싶지만 직접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지혜,인연,자신감,고향,설렘,숨은 재능' 등 기업PR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 그저 푸근하게 느껴지는 비주얼과 노래로 소비자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다.

이 광고는 여성보다 남성들이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에 대한 정보 흡인력이 빠른 '20대 남성' 층에서 호감도가 최고였다. 이유는 '문구가 설득력이 있다''이해하기 쉽다''진실되게 느껴진다' 순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담긴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는 것일까.

◆한화건설-꿈에그린

한화건설 '꿈에그린'은 지난 7월 '꿈꾸던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던 이미지광고에서 '꿈에그린에서 꿈처럼 사세요'로 슬로건을 바꿨다. 대부분의 아파트 광고들이 현실과는 동떨어진,이상적인 아파트임을 자랑하지만 이 광고는 리얼리티로 소비자 마음을 두드린다. 실제로 '꿈에그린'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바닥분수공원에서 촬영한 CM은 해맑게 여름을 즐기는 어린이들과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제곡 'Singing in the rain'은 밝고 경쾌한 아이들 모습과 어우러져 광고 이미지와 일체감을 갖도록 해준다. 남성보다는 여성 층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아파트에 대한 관여도가 높은 '40대 여성' 층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획득했다. 좋아하는 이유로는 '이해하기 쉽다' '모델과 제품이 서로 잘 어울린다' '분위기가 편안하고 따스하다' 순으로 꼽혔다.

◆롯데 DC플러스카드

이 광고는 7월 '김씨 이씨 박씨 최씨… 디씨 아세요?'라는 티저광고로 궁금증을 유발한 뒤 8월 정체를 드러냈다. 포인트적립,현금할인,중복할인,소액결제할인,추가할인 등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많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롯데카드는 한 장의 카드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심리타점을 절묘하게 꿰뚫었다. '성씨(姓氏) 마케팅'은 마지막 장면에서야 스타모델인 김아중과 함께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이 '고씨' 대표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디씨란 새로운 카드 이름을 확실하게 인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남성보다 여성,특히 '30대 여성' 층에서 호감도가 높았다. 이유는 '문구가 설득력이 있다''독창적이다' '이해하기 쉽다' 순이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