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처럼 통용되는 상품권이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제 가치는 발행업체마다 천차만별이다. 같은 10만원짜리 상품권을 할인가로 살 경우 농협상품권은 9만8000원을 줘야 하지만 구두 상품권은 최하 5만5000원이면 살 수도 있다. 상품권 할인판매(속칭 '깡') 시장에서 거래되는 백화점 · 마트 · 주유소 · 구두 등 각종 상품권의 가격은 어떨까. 또 상품권 가격은 어떤 요인에 의해 결정될까.

◆최고가는 주유 · 농협상품권

22일 상품권 전문 거래사이트인 '티켓나라'(www.ticketnara.net)에 따르면 가장 비싼(할인율이 낮은) 상품권은 SK,GS 등 주유상품권과 하나로마트 등에서 쓰는 농협상품권이다. 할인율이 2%로 5만원권이 4만9000원에 거래돼 현금과 다름없이 융통된다.

백화점 상품권은 할인율이 3.5~4.5% 선.백화점 '빅3' 중에선 10만원권 기준으로 롯데(9만6500원) 현대(9만6000원) 신세계(9만5500원) 순이다. 외식업체 상품권(5000원권)은 던킨도너츠(4700원) 스타벅스(4650원) KFC(4500원) 버거킹(4250) 순으로 가격이 형성됐다. 금강제화,에스콰이아,엘칸토 등 구두상품권은 22~45%로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문화상품권 5000원권은 5% 할인된 4750원,롯데 · 신라호텔 상품권(10만원권)은 4% 저렴한 9만6000원에 각각 팔린다.

◆공급량 · 특판가에 따라 가격 결정

상품권 가격은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기업들이 도매시장에 내놓는 공급량에 따라 결정된다. 시장에 풀린 물량이 많을수록 할인폭이 커지는(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티켓나라,씨티원,우천상품권 등 유통업체들이 매일 바뀌는 도매시세로 상품권을 사들이고 명동,강남 등에 밀집한 소매상들이 장당 500~1000원의 마진을 붙여 판매한다.

이마트 등 사용처가 많은 신세계 상품권과 마니아층이 두터운 폴로 상품권 등은 그만큼 대량 구입하는 기업들이 많아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같은 이유로 롯데백화점 상품권도 공급량에 따라 할인율이 1만원권 3.5%,5만원권 4.0%로 달라지기도 한다.

구두상품권이 유독 할인폭이 큰 것은 물량이 많기도 하지만 '출고가'가 저렴한 영향이 크다. 제화업체는 본사에서 특판팀을 꾸려 기업에 상품권을 대량 판매할 때 금강제화 20%,에스콰이아 25%,엘칸토 30%의 기본 할인율을 적용한다.

◆구두상품권 가격 회복세

구두 및 주유상품권은 물량이 줄면서 오름세를 타고 있다. 박영자 시티원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금강제화 상품권은 할인율이 30%를 넘었지만 현재 23%에서 팔리고,에스콰이아도 1년 만에 10%포인트가량 할인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구두업체들이 상품권 유통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상품권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근 무리한 대량 판매는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상품권은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수요가 늘어 정유사들이 판매량을 줄이고 있다. 3~4년 전 3.5~4.5%로 형성됐던 할인율이 지금은 2%로 낮아졌고 앞으로 더 낮아질(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품권업체 관계자는 "예전엔 제약회사들이 주유상품권을 이용해 리베이트 영업을 하면서 시장에 상품권이 많이 돌았으나 최근 리베이트가 차단되면서 흘러들어오는 물량이 준 것도 가격상승 요인"이라고 귀띔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