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문명 시대에도 '우화등선(羽化登仙 ·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감)'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대는 주로 중국이다. 무당산 화산 곤륜산 등 명산의 도관(도교 수행처)에서 선도를 수련중인 '도사'들이 4만~5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도교는 도가사상과 도교신앙으로 나뉜다. 도가사상은 절대자유에 도달하려는 노장사상,도교신앙은 우화등선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종교의 영역이다. 도교신앙은 중국 후한의 장도릉을 교조로 삼는다. 그는 '도덕경'을 깨친 후 천하를 떠돌며 도를 닦다 단약(丹藥)을 개발해 병을 고쳐줬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도교를 창립해 신도들로부터 쌀 다섯 말을 받았다고 전해져 온다. 도교가 '오두미도(五斗米道)'로 불리는 이유다. 그 맥을 이어 지금도 중국에선 도교가 성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단군을 시조로 본다. 중국의 도교와 달리 생활 속의 수행으로 발전했다. 국선도와 단학도 거기에 포함된다. 흥미로운 인물은 신라 왕족으로 알려진 김가기 선인(仙人)이다. 도교의 경전을 모은 '도장경' 45권엔 그가 서기 858년 2월25일 당나라 종남산 자오곡에서 승천했다는 기록이 있다. 말하자면 우화등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도교를 종교적으로 믿는 단체는 없다.

학자들은 우화등선을 불교의 깨달음이나 해탈과 비슷한 경지로 본다. 불교가 치열한 마음수행으로 해탈하는 것처럼 기운수행을 통해 신선의 단계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몸의 물질적 성분들이 에너지로 바뀌어 '천인합일(天人合一)'에 도달한다는 얘기다. 그 기묘한 원리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어떤 경지에 다다르는 것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신비의 영역에 머물렀던 선 사상과 도교 신앙,수행체계를 다루는 '仙(선) · 道(도) 국제학술대회'(22~25일 고려대 · 워커힐호텔 등)가 열리고 있다. 국내외 선도 및 도교 학자와 실천가,수행자 120여명이 참가해 생명사상,건강양생 등 주제를 발표하고 토론을 벌이는 보기 드문 행사다.

우리 전통사상으로는 흔히 유 · 불 · 선을 꼽으면서도 정작 선도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중국 도교의 한 분파로 여겨져온 한국의 선도사상이 국제 학계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맑은 마음으로 선수행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정쟁과 이념대립,패륜 등으로 혼탁해진 사회가 좀 정화될지 누가 아는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