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제일과 진흥저축은행이 연 8.5%의 이자를 주는 만기 5년3개월짜리 후순위채 청약 접수를 하고 있으며 토마토저축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4일까지 연 8.4% 금리로 후순위채 300억원을 공모할 예정이다.

◆BIS비율 높이기

저축은행들이 앞다퉈 고금리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후순위채가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가 후순위채 발행이다.

저축은행들의 2008회계연도(2008년 7월~2009년 6월) 당기순이익은 약 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8% 줄었다. 이익이 줄어든 만큼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서라도 자기자본 비율을 높여둘 필요가 생겼다. 토마토저축은행 관계자는 "다음 달 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청약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BIS 자기자본비율이 1.3%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저축은행들의 경우 외형 확대를 염두에 두고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 대출이나 지점수를 늘리고 인수 · 합병(M&A) 등을 통해 외형 확장을 하려면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솔로몬 대박 효과도

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이 급증한 배경에는 '솔로몬 효과'도 컸다. 업계 선두권인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 9월 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청약을 접수했는데 총 1122억원의 돈이 몰려 주목을 받았다. 저축은행 후순위채 청약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기는 처음이었다. 경쟁률로 따지면 2006년 2월 한국저축은행이 기록한 3.79 대 1 이후 두 번째로 높은 3.75 대 1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솔로몬저축은행이 후순위채 공모로 '대박'을 터뜨린 이후에 다른 대형저축은행들도 경쟁적으로 후순위채 발행에 들어가거나 청약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후순위채 투자가 새로운 재테크 방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후순위채라는 것이 과거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고 예금자보호 대상도 아니지만 지난해 은행들이 고금리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한 이후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한국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후순위채가 정기 예 · 적금처럼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후순위채 상환

한편 은행들은 후순위채 등 신종채권을 잇따라 상환하고 있다. 이미 자본을 충분히 확보한 데다 시중자금이 예금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2004년 11월28일 발행한 후순위채 800억원을 조기 상환하기로 결정했고 신한은행도 이달 28일과 다음 달 4일에 각각 콜옵션 행사일이 돌아오는 신종자본증권 2225억원(5.7%)과 후순위채 4억달러를 상환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내년 1월 만기가 돌아오는 1억7000만달러 규모의 후순위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