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그룹이 한국을 글로벌 전기차 생산기지로 확정했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2011년부터 생산한다는 내용의 글로벌 그린카 프로젝트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18일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르노닛산이 한국 정부의 전기차 전략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르노삼성에 수천억원의 전기차 개발 및 생산설비 투자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르노닛산은 일본에서도 전기차를 생산하되,궁극적으로는 한국과 일본 가운데 비용 절감 효과가 큰 쪽을 핵심 거점으로 삼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은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올 초 한국 정부에 5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가 본사인 르노닛산으로부터 자금을 받기로 하고 이를 철회했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지난달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내연기관의 시대가 전기 파워 트레인 시대로 넘어가면 주도권은 우리가 쥐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전기차 개발에 열의를 보여왔다. 르노닛산그룹 모기업인 프랑스 르노의 완성차 공장은 프랑스 슬로베니아 스페인 콜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러시아 루마니아 터키 모로코 말레이시아 한국 등 총 12곳이지만 이 가운데 전기차를 생산할 만한 곳은 르노삼성뿐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용량 배터리(2차전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 한국 외에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이 생산할 전기차는 '플루언스'(국내 모델명 뉴 SM3)를 전기차로 개조한 '플루언스 Z.E'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소개한 나머지 3개 전기차 모델도 르노삼성이 양산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르노닛산은 이미 전기차 '리프' 개발에 성공한 일본 닛산에 이어 르노삼성을 글로벌 전기차 생산기지로 육성,당분간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차전지를 비롯해 안정적인 전기차 관련 부품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르노닛산이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양산 체제를 갖추겠지만 생산 단가 면에서 유리한 르노삼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