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랩어카운트 시장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펀드 시장에선 자금이 빠지고 있지만 각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잔액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 상품의 장점이 투자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증권사마다 상담 문의도 늘고 있다. 주로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서비스여서 일반 펀드에 비해서는 문턱이 높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최저 가입액이 많이 낮춰졌고 적립식 랩도 등장하는 등 상품이 다양화돼 인기가 높다. 자신의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랩 상품마다 투자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증권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한 후 신중하게 가입할 것을 권했다.

◆랩 시장 올 들어 65% 고속성장

랩어카운트는 증권사의 투자 전문가들이 고객 예탁자산의 배분에서부터 운용 및 투자자문까지 투자의 전 과정을 고객의 성향에 맞춰 관리해주는 일임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다. '포장하다'란 뜻의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를 합친 말이다. 한 계좌로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원자재 등 여러 자산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19조2974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11조8446억원)에 비해 65%나 증가한 규모다. 올 들어 펀드 설정액이 11조원 이상 줄어든 것과 달리 랩 시장은 빠르게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랩은 크게 '컨설턴트형 랩'과 '펀드형 랩'으로 구분된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컨설턴트형은 증권사의 랩운용 부서 운용역들이 직접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때에 따라서는 전문 운용사를 소개해 주기도 한다. 수많은 펀드 중에서 고객의 투자 성향에 가장 적합하고 성과가 좋은 펀드를 골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상품이다. 국내펀드와 해외펀드,주식형펀드와 채권형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여러 유형의 펀드를 대상으로 고객의 입맛에 맞게 펀드별 비중을 조절해준다.

랩의 특징은 기준가만 알려주는 펀드와 달리 고객별 계좌를 통해 랩 운용역이 어떤 종목을 사고 파는지,어떤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을 결제일 기준으로 곧바로 파악이 가능해 투명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한 계좌로 관리하는 펀드와 달리 자신의 별도 계좌가 있어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실시간으로 계좌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본인 명의의 계좌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이나 주주로서의 권리행사도 가능하다.

상품을 교체할 때 절차가 간편한 것도 장점이다. 가령 펀드 가입 때 자신의 투자성향이 '중립형'으로 분류된 투자자라면 주식혼합형 펀드까지만 투자 권유를 받을 수 있고 이보다 위험등급이 높은 주식형펀드나 파생상품펀드 등에 가입하려면 '투자자 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높은 등급의 위험 상품에 가입할 경우엔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확인해줘야 한다. 이후에도 투자자가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려면 객장을 찾아 일일이 확인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랩은 한 번 계약하면 새로운 상품에 가입할 때마다 써야 하는 확인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 기본적으로 랩 상품은 '초고위험'으로 분류돼 처음 계좌 개설 때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지 않을 경우 한 번만 '투자자 확인서'를 쓰면 되기 때문이다.

랩의 또 다른 특징은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개의 주식형펀드는 주식투자 비중이 90% 안팎에 달해 증시 급변동 위험에 쉽게 노출되지만 랩은 이 비중을 자유롭게 조절하면서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때문에 불확실한 증시 상황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랩을 선호한다는 지적이다.

◆투자 유의점은

랩은 상품 종류가 다양해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호영 우리투자증권 랩운용부장은 "대개 랩은 위험자산 비중에 따라 안정형 성장형 공격형 등으로 구분돼 있다"며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부담할 용의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총자산의 특정 비율만큼 수수료가 부과되지만 상품에 따라 성과수수료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어 어느 쪽이 유리한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랩은 대부분 최저 가입액이 억원 단위로 정해졌지만 최근에는 1000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나오는 등 대중화되는 추세다.

주식형랩의 경우 대형 우량주 가운데 유망 종목 4~5개에 집중 투자하거나 중소형 가치주만 골라 투자하는 등 여러 유형이 있으며,시황에 따라 상품별 수익률 격차가 커질 수 있어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투자자금을 일시에 맡겨놓은 후 매월 기대수익의 일부분을 지급받고 만기에 투자원금 회수를 노리는 월지급식 상품 등 새로운 유형도 나와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