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미국의 출판그룹 펭귄은 신작소설 '개구리왕(The Frog King,애덤 데이비스)'판촉을 위해 버즈에이전트에 마케팅을 의뢰했다. 버즈에이전트는 주 독자층으로 본 뉴욕의 18~34세 남녀 중 일부에게 캠페인 안내서,행동규범,권장 활동 등을 담은 '버즈 키트'를 보냈다.

우편물을 받은 사람은 친구나 동료에게 책을 소개하거나 추천한 건 물론 아마존 닷컴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평을 올리고 서점 직원에게 책에 관해 묻는 등 홍보에 앞장섰다. 결과는 대박.자연발생적 입소문이 아닌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으로 만들어낸 입소문의 위력이었다.

입소문 마케팅이 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광고는 안믿어도 같은 소비자의 말은 믿는 것이다. 실제 영화나 책은 물론 올해 자외선 차단제는 뭐가 좋다더라 하면 순식간에 퍼진다. 전처럼 알음알음으로 번지는 게 아니라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유포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외 할 것 없이 입소문 마케팅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기업에선 구전 마케팅 비용이 전체 광고예산의 20%에 이른다는 마당이다. 문제는 정확성과 공정성이다. 입소문의 근원지인 블로거의 추천을 따르는 건 그가 회사와 어떤 이해관계도 없는 보통 소비자이고 따라서 모든 사실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전달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뒤집으면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소비자는 물질적 손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까지 입게 된다는 얘기다. 결국 미국에선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입소문 마케팅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12월1일부터는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 제품 리뷰를 올릴 때 대가성 여부를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 규모가 커지는 건 국내도 같다. 공동 구매나 이벤트 등을 통해 대기업 간부급 연봉을 올리는 파워블로거가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입소문 마케팅의 기본은'고객이 최고의 마케터'라는 사실이다. 단순히 블로거의 비위를 맞추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조지 실버만'입소문을 만드는 100가지 방법') 식의 입소문 마케팅은 길게 가기 어렵다.

기업과 블로거 모두 정직성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미국의 규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두고 볼 일이지만 우리 역시 입소문에 대한 명확한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싶다. '아니면 말고'식 입소문의 폐해는 측정할 길이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