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식에서 "서민들은 아무리 저축을 해도 집값 오르는 것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까지 수도권 그린벨트를 조기 해제해 20만채의 보금자리주택을 추가 공급(당초 12만채에서 32만채로 확대)하겠다는 'MB아파트 정책'의 배경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실행 의지를 북돋우는 발언이었다.

굳이 2012년이란 시점을 목표로 정한 것은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역점 사업인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20만채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개년에 걸쳐 그린벨트 해제지에 매년 5만채의 보금자리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방침에 따라 나온 숫자이다. 이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5곳 주택 수(29만2000채)의 68%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급계획에는 정부의 '고무줄 늘이기'식 계산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2012년까지는 20만채가 아닌 16만채가 지어질 전망이다. 20만채까지 건설하려면 2012년이 아닌 2013년까지 가야 한다. 1년이 더 걸려야 지을 수 있는 주택을 2012년에 꿰맞췄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는 정부가 주택공급물량을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시점을 은근슬쩍 바꾼 데서 비롯됐다. 정부는 그동안 택지개발지구 등의 사업계획 승인 시점을 기준으로 해당 연도의 주택공급량을 산출해왔다.

이 산법으로는 내년 4만채,2011년과 2012년 각각 6만채,2013년 4만채가 된다. 이대로라면 2012년까지 공급량은 16만채에 불과하다. 숫자가 딱 떨어지지 않는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사업계획 승인보다 통상 1년 정도 전에 발표되는 지구지정(보금자리주택지구,택지개발지구 등) 시점을 적용,2012년까지 20만채를 맞췄다.

여기에는 주택공급 확대 메시지를 강하게 던져 수요자들의 집값불안 심리도 잡고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선의가 들어있다고 봐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내 '20만채 추가공급'이란 목표에 맞춰 정부의 일처리가 '귀에 걸면 귀걸이,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흐른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장규호 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