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까지 일하고 아침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고 '회사에 살다시피 한다'고들 하죠?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진짜 회사에서 살거든요. "

김현진 영신타올 총괄실장의 주민등록증에 적힌 주소는 '대구광역시 달서구 갈산동 100-35'이다. 명함에 인쇄된 회사 주소와 정확히 일치한다. 다름아닌 사무실 2층이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자택이기 때문이다. 생산공장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공장 곁에 집을 둔 것은 당초 김의수 회장의 구상이었다. "CEO(최고경영자)는 언제라도 생산현장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1988년 공장을 현 주소로 옮길 때 아예 자택까지 지은 것이다.

이제는 공장 소음이 자장가처럼 들린다는 김 실장은 "24시간 생산현장을 지킨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업무와 휴식이 잘 구분되지 않는 것은 단점"이라고 밝혔다.

'수건집 외아들'답게 김 실장은 타월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타월을 장난감 삼아 노는가 하면,일손이 달릴 때는 가족 및 직원들과 포장 작업도 함께 했다. 어린 시절부터 수건에 워낙 익숙했기 때문에 "가업을 잇는 것 외에 다른 직업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김 실장이지만,그가 첫 직장으로 선택한 곳은 대기업이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한 해가 2000년입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던 때였죠.그러다보니 오히려 영신타올에 입사하기 싫었습니다. 모두들 '취직 안 되니까 아버지 밑에 들어가는구나'고 생각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4년 정도 외도한 뒤 영신타올로 돌아오기로 아버지와 약속하고 SK커뮤니케이션즈에 입사한 겁니다. "

김 실장은 2005년 영신타올의 영업 구매 기획 등 회사 업무 전반을 관장하는 '실장' 직함으로 가업에 합류했다. 20년 이하 근무자는 중고참 대접도 못 받는 영신타올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낙하산 인사'였지만,그럼에도 김 실장은 환영을 받았다. 예의 바르고 주변을 배려하는 김 실장의 태도 때문이었다. 사무실 안쪽의 안락한 자리가 아닌 출입문 바로 앞에,그것도 사람들이 자주 들락날락하는 복사기와 팩스기 옆에 김 실장의 책상을 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거래처 사람들이 사무실을 방문하면 농담 삼아 '직원들 복사용지 낭비하는 것 감시하려고 거기 앉아 있느냐'고 묻더군요. 그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함께 모여 일하도록 배치하다보니 남는 자리가 거기밖에 없었을 뿐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지,자리가 뭐 중요합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