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8시반께.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휴대폰에 전송됐다. 검찰이 지난해 초부터 수사해온 '효성그룹 비자금'사건과 관련,그룹 건설부문 고문 송모씨와 상무 안모씨 등 2명을 수십억원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한다는 내용이었다. 1년반 넘게 끌어온 수사치고는 결과가 너무 초라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대외적 신인도 등으로 속전속결을 원칙으로 하는 대기업 수사에서 이 정도로 시간을 끌었다면 '굵직한 건'이 나왔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검찰이 작은 사건을 부풀려 기업을 오랜 시간 괴롭혔거나,아니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문들이 뒤따랐다.

기자들은 검찰이 수사를 이렇게 마무리한 이유를 제대로 파악할 길이 없었다. 검찰도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수사공보제도 개선을 이유로 검찰 브리핑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사건에 대한 보도자료를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이틀 전에 뿌린 이유도 쉽사리 납득할 수 없었다. "국민들에게 수사결과가 알려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왔다. 당장 저녁 마감시간을 앞둔 기자들로선 서둘러 검찰 자료를 받아쓰는 데 급급해야 했다.

검찰은 김준규 총장 취임 이후 수사공보제도를 바꾸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피의사실이 그대로 노출돼 인권이 침해됐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수사공보제도 개선의 최종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수사공보제도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기존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진행되던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은 '올 스톱' 상태다. 검찰은 구두브리핑을 없애고 모든 브리핑을 서면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기자와 검사들과의 접촉을 막으려 하고 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7일 "기자들이 부장검사실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피의자 인권 보호는 중요하다. 이는 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상을 보면 검찰이 피의자의 인권보다는 조직의 흠집 가리기에 악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임도원 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