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도 경쟁없이 발전없다

전국에 있는 많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특별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특별반은 소수의 최상위권 학생들을 선발하여 심화수업 등을 한다는 점에서 전체 학생들을 상 · 하반으로 나누어 수업하는 우열반과 다르다.

그동안 특별반 운영은 평등 교육의 이념에 어긋나고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특별반은 정말 '교육의 평등권'에 위배되는 것일까?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능력에 따라' 라는 표현에 나타나듯이 헌법 또한 학생들 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학업 실력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특별반을 운영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교육의 평등권'은 이 헌법 조항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데 문제가 있다.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것을 같게 대우하는 형식적 평등의 개념이 아니라 같은 것은 같게,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는 배분적 평등의 개념에서 해석해야 한다.

즉,이 조항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교육을 실시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다른 교육을 실시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다는 점도 크게 지적받는 것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 국가인 이상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다.

한 국가의 교육 시스템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국가 운영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학교에서도 경쟁이 생겨나는 것이다.

각 학교는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기 위해,학생의 앞날을 보장하기 위해 경쟁을 시킨다.

특별반이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이야말로 학생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방법이다.

학교에서 경쟁을 없애 자본주의의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과 같이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것보다 더 무책임한 것이 아닐까?

물론 현재 특별반의 운영 방식에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별반 학생들에게 더 좋은 학습 장소를 제공한다거나 특별반 학생들만 성적 관리를 해주는 것은 '올바로 해석한 교육의 평등권'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러한 편애는 없어져야 마땅하다.

또한 특별반 운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생기는 위화감을 해소하기 위해 교사들의 특별반 학생 편애나 특별반 학생들의 자만하는 행동도 자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추가의 수업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최하위권 학생들을 위한,이해하기 쉬운 보충 수업 또한 실시되어야 진정한 교육 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정훈 생글기자 (강릉고 2년) ljhoon1225@hanmail.net

-------------------------------------------------------------

또다른 경쟁 스트레스 … 사교육 부추겨

핀란드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방한한 피터 존슨 핀란드 교장협의회 회장은 "소수 엘리트만을 분리하여 가르치려는 발상은 잘못이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이 함께 배울 때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별반이 있는 고교에서는 일정 비율의 우수한 학생들을 위해 단독 기숙사 · 학사 설립,별도의 자습실 운영,특별한 학생 관리체제 운영 등 소수의 학생을 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는 무더운 여름 날 특별반 자습실에만 냉방시설을 가동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경기도의 H여고는 상위 학년으로 진학할 때 전교 등수가 높은 순서대로 정규 수업 반을 배정하고 있다.

평등교육에 어긋나는 이런 제도를 운영하면 과연 효과가 있을까?

모 신문에 난 기사에 따르면 2005~2009학년도 수능에서 평준화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에 비해 고득점자의 비율이 높았으며,저득점자의 비율은 비평준화 지역보다 낮았다.

실제로 특별반이 운영되는 학교의 명문대 진학률은 높은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중 · 하위권 학생들의 대학 진학 실적은 형편없다.

일부 학교에서는 상위권 학생들은 질 좋은 공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그 학생들의 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여러 학원들은 'OO고 특별반 준비 수업' 등 특별반에 들어가길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연다.

소수 엘리트 집단에 속하면 돌아오는 혜택 때문에 여러 학생들은 특별반을 목표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단 몇 번의 시험 결과로는 어떤 학생이 놀라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평가하기가는 어렵다.

이 때문에 특별반과 일반 학생들의 위화감은 심화되고 학부모들 사이에도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특별반에 속해 있는 학생들은 우월의식 때문에 일반 학생들을 무시하고 교사들도 서슴없이 특별반 학생들을 치켜세운다.

지나친 경쟁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든다.

특별반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공부에 대한 건강한 자극을 넘어서 학업 스트레스와 학생들 간 마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다양한 학생들과 어울려 지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서울대 합격자 수'로 해당 고교의 수준을 단정 짓는 현대사회에서 특별반 운영은 학교가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참교육을 최우선으로 삼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여러 곳에서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조윤경 생글기자(대전외고 2년) ncgreen@naver.com

-------------------------------------------------------------

수준별 '맞춤 수업'이 학업성취도 높아

'특별반'이란 내신이나 모의고사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심화수업을 하는 반으로 전국의 많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특별반을 운영하는 대부분 학교들은 "특별반은 수준별 수업의 일부이며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심화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깊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공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별반이 특별반인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것은 특별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특별반 학생들에게 더 좋은 환경과 혜택을 제공해 주고 있는 일부 학교의 문제다.

실제로 특별반 학생이라고 해서 특별반이 아닌 학생들과 달리 기숙사를 사용하고 특별반 학생들에게만 냉 · 난방시설을 제공하는 학교는 드물고 이런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

또 선생님들이 특별반 학생들만 편애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것은 특별반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질문을 많이 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우수한 성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특별반은 중위권 학생들에게 위화감보다는 동기유발이나 좋은 자극으로 작용하고 있고 상위권을 위한 특별반도 있지만 하위권 학생들을 위해 특별반 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다.

200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학업성취도 국제평가(PISA)'에서 핀란드가 또 다시 1위를 했다.

주한 핀란드 대사관 리쿠 바르요바라 일등 서기관은 그 비결을 '철저한 수준별 수업'으로 꼽았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반복 학습을 시키고,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별도의 과제를 주어 재능을 개발시키는 방식이다.

진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학생도 반복 학습을 통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

우수 학생은 심화학습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이처럼 지나친 입시 위주의 특별반 운영은 피하고 상위권,하위권 모두를 위한 특별반이 생긴다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류수현 생글기자(이대부고 2년) lsh9253@naver.com

-------------------------------------------------------------

성적따라 편가르기 '得보다 失'

특별반은 고등학생들을 성적으로 잘라 소수 정예로 구성해 학교에서 특별하게 '관리'하는 반을 말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다른 교실에 따로 자습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전교 1등부터 특정 등수까지 잘라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기숙사에 묵는 학교나 공기청정기,온돌방,칸막이 공부방,냉난방 설치 등 특별반이 아닌 학생들이 쓰는 교실과는 다른 시설 좋은 공부방을 따로 설치하는 등의 유별난 학교도 있다.

관리하는 강도가 다를 뿐 대부분 학교에서는 이들을 '학교의 별'이라고 부르며 명문대를 많이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특별반을 운영하고 있다.

성적이라는 일방적 잣대로 학생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학생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특별반은 '성적이 전부'라는 학교의 왜곡된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특별반에 못 끼는 학생들은 학교의 잘못된 가치관이 주입돼 자칭 '학교의 어둠'(명문대를 못 가는 아이들 총칭하는 말)이라 생각하고 특별반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또한 일부 특별반 아이들은 자신은 선택받은 학생이라는 자부심을 가진다.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박탈감과 자부심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에 박혀진 무의식 속의 생각은 커갈수록 점점 더 심화된다.

소수의 아이들은 특권 · 선민 의식에 젖어 살아가고 대다수의 아이들은 패배의식에 빠져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특별반이 생겨 선의의 경쟁을 불러오고 학생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선의의 경쟁이었던 것이 지금에 와서는 학생들 간에 친구보다 경쟁상대라는 인식을 부추겼다.

그리고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특별반이 아닌 학생들이 느끼는 부족한 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 시장으로 몰고 갔다.

순기능이었던 것이 시간이 지나 오히려 더 큰 역기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학교 측은 특별반 운영을 다시 고려해봐야 할 때다.

임근영 생글기자(대전 둔산여고 2년) jookl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