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녹색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술 또는 사업(프로젝트)이 녹색분야인지의 여부를 따져보고, 녹색기술에 의한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액에서 30% 이상인 기업을 녹색전문기업으로 인증해 주는 제도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녹색성장이 화두가 되면서 여기저기서 녹색이라는 용어가 난무하자 정부로서도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으로는 인증 받은 녹색기술이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투자자에게 세제지원을 해줌으로써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문제는 과거 벤처인증제에서 보듯 인증제라는 것이 자칫 잘못 운용되면 버블을 조장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는 녹색인증제가 인증받은 기업에 직접 혜택을 주던 기존 인증제와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게 흘러갈 공산이 크다. 정부는 녹색기술이나 프로젝트를 사업화하는 기업에 대해선 연구개발 보증 마케팅 수출 등의 지원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한다. 또 녹색전문기업으로 인정받는 기업들은 결국 녹색 기술이나 프로젝트의 사업화 가능성이 크고, 결국 이들이 투자대상이 될 게 뻔하다.

그런 점에서 기업들로서는 앞다퉈 녹색전문기업으로 인정받을 유인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정부는 녹색투자 과열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녹색기술의 인증대상과 기준을 확정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무엇이 녹색기술인지를 가려내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녹색기술 인증대상 분야를 매년 갱신해 고시하고, 여기에 해당되는 기술은 녹색성 기술성 시장성 등을 종합평가해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이면 녹색기술로 추천하겠다고 말한다. 결국 점수로 녹색을 판정하겠다는 것이고 보면 처음부터 논란을 안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녹색기술인증, 녹색전문기업 수가 정책의 실적으로 간주되면 자의적으로 이것들이 양산될 가능성도 크다.

과거 벤처기업 인증제 역시 결국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서 버블로 이어져 경제에 엄청난 후유증을 낳았다. 녹색인증제도 자체는 큰 의미가 있지만 이를 엄격히 운영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시장의 판단에 맡겨두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점에 유의해 '무늬만 녹색'을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