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규제인 유럽연합(EU)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와 관련해 환경부는 어제 정부가 생산, 보유한 약 600여종의 화학물질에 대한 독성자료를 기업들이 REACH 등록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REACH 규정에 따르면 기업들이 직접 비용을 들여 독성자료를 생산하거나, 제3의 소유자가 그 사용을 허가한 자료에 대해서만 등록자료로 인정된다. 기업들로서는 정부 보유자료에 대해 일정한 사용료를 지불하겠지만 실제 자료생산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배경은 짐작할 만하다. REACH의 등록기한이 점점 임박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것은 EU에서 연간 1000t 이상 제조 또는 수입되는 물질로 2010년 11월30일까지이다. 필요한 자료들을 확보, 작성해 이를 등록하기까지는 빠듯한 기간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환경규제 강화가 EU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KOTRA는 어제 세계경제에 회색규제(간접규제)와 함께 녹색규제들이 밀려오고 있다며 경계가 필요하다는 조사자료를 내놨다. 사실 REACH만 해도 EU가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나서자 미국 중국 일본 등도 유사 형태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수출업계의 발빠른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중소기업들이다.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EU 수출의 31%를 차지했지만 새롭게 도입되는 환경규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을 배제(排除)할 수 없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대응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지금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환경규제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ACH 시행으로 국제적으로 화학물질 유해성 자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런 사례다. 이를 기회로 활용하려면 각종 시험자료 거래를 통한 경제적 가치 제고 등 화학물질관리를 선진화하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