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뼈대(골조)'를 밖으로 빼고,얇은 '스킨(외벽)'을 안으로 넣으면 어떻게 될까. "

최근 서울 강남 교보사거리 명물로 부상한 어반하이브 빌딩.'땡땡이' 빌딩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빌딩의 설계 개념은 의외로 단순했다. 일반적인 건축 상식을 살짝 바꾸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흔히 빌딩은 골조를 먼저 세우고,그 골격을 유리나 타일 등으로 감싸는 방식으로 짓는다. 하지만 지난 23일 서울시 건축대상을 수상한 '어반하이브'는 건축 방식이 뒤바뀌었다. 밖에 보이는 게 골조이고,안쪽에 숨겨진 벽체가 외벽이다.

어반하이브를 설계한 건축가 김인철 중앙대 교수(61)는 "강남 한복판에 들어서는 고급 건물(지상 14층)인 데다,빌딩은 단순한 사무공간이기 전에 도시의 '얼굴'이고,국가와 사회의 공동자산이기 때문에 밋밋하고 무미건조한 디자인으로 도시를 불편하게 만들기는 싫었다"고 말했다.

어반하이브는 이런 각오와 철학으로 탄생했다. 벌집 모양의 이색적인 빌딩 덕분에 강남 교보빌딩 사거리의 전체 분위기는 상쾌하고 발랄한 기운이 넘쳐나는 느낌으로 크게 바뀌었다. 김 교수는 "원래 회색인 콘크리트는 차가운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흰색을 섞어 건물을 화사하게 처리했다"며 "흰색으로만 하면 지나치게 단순해질 수 있어서,외피에 원형 구멍을 뚫어 생동감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총 3771개의 원형 구멍은 단순한 디자인 요소 기능을 뛰어넘는다. 건물 내부 사람들에게는 외부와 통하는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한다. 변화무쌍한 외부 세계가 액자 같은 원형 창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통유리로 된 사무실에서는 바깥을 선택적으로 골라 볼 수 없지만 여러 개의 원형 창문으로 외부를 보게 되면 보고 싶은 풍경을 선택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6층 꼭대기 층에 사무실을 둔 건물주는 방문객들에게 농담으로 "원형 액자를 통해 바깥 세상 구경하는 관람료를 내라"며 만족해한다.

이 건물의 설계에는 바로 맞은편 붉은색 교보빌딩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항상 붉은색 빌딩을 바라봐야 하는 입주자들의 시각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건물 전체에 원형 구멍을 만들어 시선을 분산시키자는 것.

김 교수는 빌딩도 의상처럼 '드레스 코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남의 대부분 빌딩들은 주변은 고려하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나홀로 튀는 경우가 많아,조화를 못 이루고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나중에 들어서는 건물일수록 주변과의 조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건축 철학은 빌딩은 결국 '도시와의 작은 통로'라는 것이다. 어반하이브 건물 1층에는 현관이나 로비가 없다. 대신 골조와 외벽 사이에 비가 오면 누구든지 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있다. 이는 입구에 들어서면 위압적인 태도로 방문객들을 주눅 들게 하는 다른 빌딩들과의 차이점이다. 김 교수는 "건물주들도 무조건 해외 건축가들에게 의존하는 습성을 버리고,국내 건축가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