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나흘간 성황리에 열렸던 '2009한경골프박람회'가 막을 내린 27일 오후 6시.관람객들이 마지막 쇼핑과 관람을 마치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곧바로 부스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화려한 쇼는 끝나고 밤샘작업이 남은 것.그러나 물건을 싸고 뒷정리를 하는 참가업체 관계자들의 표정이 사뭇 밝다. 왜 일까. 한마디로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본사인 SJ스포츠매니지먼트 윤석진 사장 부부는 어린 딸과 며칠간 떨어져 있기가 싫어 딸을 아예 데리고 올라왔다. 그는 "처음으로 박람회에 참가했는데 물건이 예상보다 많이 팔린 데다 박람회가 홍보와 판매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중고클럽 아울렛매장을 운영한 이미지골프의 심성보 대표는 "나흘 내내 관람객이 몰려 정신이 없었지만,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이 회사는 올초 모 박람회에서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1억4000만원 이상을 올렸다.

골프채의 헤드 윗부분에 부착,정확한 임팩트 때 불이 들어오는 아이디어 상품 '툭72'를 전시한 김덕규 사장은 목이 쉬어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였다. 밀려오는 손님을 맞느라 목이 견딜 재간이 없었던 것.그는 "목소리야 금방 돌아오지만 이런 장터는 쉽게 오는 게 아니잖아요. 회사 홍보도 되고 물건도 팔리다보니 몸이 힘든 줄도 몰랐어요"라고 강조했다.

주최 측은 박람회를 앞두고 마음 고생을 했던 게 사실이다. 경기가 회복된다지만,소비까지 이어질 것으로 확신할 수 없었던 데다 신종 플루란 만만치 않은 복병이 버티고 있어서다. 하지만 개장일부터 관람객의 발길이 줄을 이어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의류 아울렛업체 엘레강스스포츠 관계자는 "박람회에 나가야 할지 망설였지만 첫날부터 사람이 쏟아졌다"며 "최근 경기 흐름이 좋아진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실물 경기도 조금씩 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귀띔했다.

골프 장갑 아울렛 매장을 연 한 업체는 물건이 마지막 날 오후께 동이 났다. "상반기까지 박람회에서 매번 죽을 쒔어요. 이번에 실적을 크게 올려 추석 때 가족 친지들을 만나 크게 한턱 쏠 예정입니다. " 가슴 졸인 '가을 골프 잔치'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김진수 문화스포츠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