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김현성 ‘가을날’전문-

‘인디언 서머’라고,여름이 컴백했다고,얼마전까지 호들갑을 떨지않았던가. 그러나 계절은 어김없이 붉은 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불타는 산, 어느새 뜨거운 여름을 완전히 지워버리겠지. 나이 좀 먹으면 자연 이치 조금 알것같다. 그런데 웬걸. 거기 살짝 나를 올려놔 보면 뿌연 안개가 끼는 느낌이다. 깊어가면 가을밤,노을을 함께 감상할 그 사람의 손을 꼬악 잡아주고 싶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