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칠흑 같은 밤이 드물어지다 보니 '국제 어두운 밤하늘 협회(International Dark-Sky Aassociation)'라는 단체가 생겼다. 별이 빛나는 밤을 인류가 지켜야 할 유산으로 보고 인공조명을 줄이는 게 목표다. 회원수는 세계 70여개국에 1만여명.이들이 내세운 명제는 '불을 끄고 별을 켜자'다. 참 한가한 사람들도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인공조명은 인간에게 다채롭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줬으나 만만치 않은 부작용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빛 공해(light pollution)라 부른다.

과도한 빛과 잘못된 조명 디자인으로 생기는 공해는 광범위하게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상당수 새들의 번식기가 빨라진 것은 물론 철새들의 이동 경로도 달라졌다. 어두운 해변을 좋아하는 장수거북은 알을 낳을 곳을 찾기가 어려워 멸종위기에 놓였다. 곡식 개화기에 건물 불빛과 가로등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알곡이 제대로 맺히지 않거나 크기가 작아진다. 도시에 서식하는 매미가 밤낮 없이 울어대는 것도 빛 공해와 관련이 있다. 긴 세월 낮과 밤의 순환에 길들여진 동식물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밤새 켜져 있는 조명으로 상당수 도시인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밤에 주로 분비되는 수면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빛이 억제하니까 수면리듬이 깨지면서 숙면을 못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은 밤에 강한 인공 빛이 있는 곳에 사는 여성은 다른 여성에 비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37%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두운 밤하늘 협회는 낭비되는 빛을 내는 데 드는 비용을 미국에서만 연 10억달러로 추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 애리조나 텍사스 콜로라도 등 일부 주와 덴버 애틀랜타 등 여러 도시는 이미 빛공해방지법을 제정했다. 일본 영국 등도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한 권고 지침을 만들었다. 좀 늦었지만 우리도 '빛공해방지법안'을 최근 발의했다. 정부와 각 시 · 도는 빛공해 방지위원회를 설치하고 지나치게 밝은 빛을 내면 규제를 한다는 게 골자다.

빛 공해를 줄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필요한 곳만 비추도록 조명 방향과 디자인을 바꾸고,과도한 빛을 내지 않도록 조도를 낮추면 된다. 그러면 에너지까지 절약되니 안 할 이유가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