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는 다음 달 중순께로 잡고 있던 라세티 프리미어 최고급형(1800cc) 출시일을 22일로 급히 앞당겼다.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경쟁업체가 내놓은 신차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서다. 라세티 프리미어와 경쟁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뉴 SM3는 지금 계약하면 7~10주 후에나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주요 자동차회사들은 신차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대폭 늘리는 등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차 효과 "없어서 못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7일 공식 발표한 신형 쏘나타가 21일 현재 전국 900여 개 영업점에서 3만5000여 대가 계약됐다고 밝혔다. 출시 전 사전계약으로 2만6000대,18일부터 본계약으로 9000대를 각각 판매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전계약 고객이 우선인 만큼 지금 새로 계약하면 두 달가량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이 지난 7월 중순 내놓은 뉴 SM3는 매달 1만대 이상씩 계약되고 있다. 누적 계약대수가 3만7000여 대에 달한다. 이달 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 신형 투싼과 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각각 1만대 안팎 계약됐다. 하루 평균 계약대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게 전과 달라진 점이다.

수입차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31일 국내에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E클래스는 1000여 대가 팔렸다. 폭스바겐이 21일 출시한 신형 골프도 사전계약 고객 511명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신차 판매가 이처럼 호조를 보이는 것은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데다 경쟁력 있는 모델이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또 12월 노후차 세제지원 종료를 앞두고 서둘러 구입하려는 소비자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문량 맞추기 '총비상'

출고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각사마다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르노삼성은 9월 한 달간 부산공장에서 전달보다 50% 확대된 총 2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등 경쟁사들의 노조 파업으로 반사이익을 누렸던 작년 8월(2만123대)을 제외할 경우 역대 최대 월별 생산량이다. 잔업 · 특근을 이미 부활시켰고 이달 말부터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원기 제조본부장(부사장)은 "여러 차종을 혼류생산하는 부산공장에서 뉴 SM3 생산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를 이달 9000대 생산하되 다음 달엔 1만5000대로 약 67% 늘리기로 했다. 또 충남 아산공장 외에 클릭과 베르나만 만드는 울산1공장에서 쏘나타를 병행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노조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회사 관계자는 "울산1공장에 이미 신형 쏘나타 혼류생산 설비까지 갖춰 놨지만 단체협약 조항 때문에 노조의 동의 없이는 물량 이동이 불가능하다"며 "노조 지부장 선거까지 겹쳐 노사 물량공동위가 열리려면 10월을 넘겨야 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독일 본사에 신형 골프를 추가 주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회사 측은 "연말까지 800대를 수입하기로 했는데 주문량이 폭주하고 있어 추가 공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