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 현대 · 신세계 · 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 주말부터 매장에 선물세트를 진열하고 추석 대목잡기에 본격 나섰다. 백화점만의 품격과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명품' 선물세트와 바이어들이 전국을 누비며 발굴한 지역 특산물을 차별화 상품으로 대거 선보였다.

지난해 잇따른 먹거리 파동으로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품질 · 안전 인증을 내세운 상품들도 많아졌다. 실속형 선물세트는 최근 소비심리가 호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10만원 이하'보다 '10만~20만원대' 위주로 구성했다.

◆백화점 명예를 건 한우 경쟁

한우세트는 백화점 명절선물의 '간판'이다. 명절 상품군 중 매출 비중이 30~40%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백화점의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이번 추석 시즌에도 각 백화점들은 자존심을 걸고 특색있는 한우를 발굴해 선물세트로 내놨다.

롯데백화점은 강원,충북 등지에서 100마리가량 사육되는 희귀품종 전통한우 '흑소'를 선물세트(55만원)로 구성했다. 강원 축산기술연구센터와 산하 농가들과 손잡고 상품화한 흑소는 마블링이 뛰어나고 불포화지방산 함량도 일반 한우보다 높아 입안에서 녹는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은 3대 전통한우 품종인 황우,제주 흑한우,칡소를 모두 내놨다. 특히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얼룩백이 황소인 칡소 선물세트(29만~37만원)는 올 추석에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칡소는 일제시대에 대부분 일본으로 징발돼 멸종되다시피 했다가 축산연구소에서 15년 전부터 우량종으로 복원하고 있으며 전국에 400여마리만 사육되고 있을 정도로 희소성이 높다.

신세계는 강원 화천 대성목장 등 직영 목장에서 생산한 한우 중 최고 등급(1++)으로 구성한 '5스타 명품 목장 특호'(90만원)를 최상급 선물세트로 내놓았다. 갤러리아는 전남 강진 농가들과 독점 계약을 맺고 한약재와 발효 막걸리를 먹여 키운 '강진맥우'로 선물세트(36만~99만원)를 구성했다.

◆'팔도 특산물'로 차별화

추석 선물세트 목록에는 전국 각지의 명인들이 재배하거나 만든 지역 특산물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게 특징이다.

롯데백화점의 '천해의 미소 천일염 세트'(16만5000원)는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호지역인 신안군 도초도에서 2대째 천일염을 만들고 있는 최신일 장인이 생산한 상품.'안면도 유기농 태양초 고춧가루'(16만원)는 국내 최초로 '천적 농법'으로 만든 고춧가루를 담았다. 천적 농법은 해충을 잡아먹는 곤충이나 곰팡이를 논밭에 풀어놓는 영농법으로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농법이다.

현대백화점은 전라 · 경상 등 3도의 대표 장류 상품을 모은 '3도 명장세트'(18만원)를 선보였다. 전북 전주의 김병룡 명인이 검은콩으로 쑨 '절메주'로 담근 된장인 숙황장과 경북 울진의 된장,전남 신안의 토판염 등으로 구성했다. 유기농 쌀의 명인 김성주씨가 재배한 '토골미'(15만원),순창 고추장마을의 한금수 장류연구소장이 엄선한 '순창굴비장아찌'(9만5000원) 등도 준비했다.

신세계는 '남해안 죽방렴 멸치세트'(35만원),'이기남 장아찌 세트'(10만원) 등을 '명인명산'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남해안 멸치세트'는 경남 남해군 지족해협에서 전대영씨가 10년간 고수해온 전통방식으로 생산하는 죽방렴 멸치다. 대나무로 만든 'V자'형 그물을 세워 밀물과 썰물 때 맞춰 잡은 멸치를 담았다. '이기남 장아찌 세트'는 전북 순창 전통 고추장의 제조 명인인 이기남씨가 만든 제품으로,호남 양반가 전통 상차림에 오른 장아찌들로 구성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