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에 대한 공포 속에서도 S라인,초콜릿 복근을 만들기 위한 다이어트와 몸짱 열풍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헬스장에는 벤치프레스를 들거나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순수하게 건강을 챙기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선선해지면서 공원에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넘쳐나고,가을이 먼저 찾아온 산에는 등산로가 비좁을 지경이다. 범국민 운동이 된 손씻기와 더불어 건강을 위한 이러한 노력들이 더해진다면 신종플루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의 경우 몸짱 만들기는 고사하고 건강을 챙기기 위한 시간을 내기도 힘들다. 주중에는 매일 일찍 출근하고 밤 늦게 퇴근하는 생활을 하다가 주말에는 쌓인 피로를 잠으로 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회사차원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원들의 건강이 회사의 자산이란 생각에서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임원으로 승진하려면 금연은 물론이고 건강관리도 필수다.

흡연,비만 등 국민들이 건강을 챙기지 않아 국가와 사회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만약 질병 치료비 등 막대한 손실을 막기 위해 헌법을 개정해 국방,납세,근로,교육이란 국민의 4대 의무에 '건강의무'를 추가시키면 어떨까. 그러나 경기도 어려운데 각종 의무와 부담 때문에 버거워하는 국민의 정신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싶어 바로 생각을 접었다.

비록 헌법에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업무능력 향상 노력과 더불어 건강을 지킬 의무가 있다. 몸이 아프면 표정이 어두워지고 친절한 말투를 기대하기 어렵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가 자신이 건강하지 못해 찡그린 표정으로 환자를 진료한다면 호전되고 있던 환자의 병도 악화될 것이다. 대민업무를 하는 회사의 임직원들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고객보다 더 건강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도 전화와 방문 상담 등으로 고객을 많이 대하는 서비스 기관이다. 신용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직원들은 밝은 표정과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생각한 것이 4년간 백두대간에 있는 4대 명산을 전 임직원이 종주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종주가 의무이다 보니 임직원들은 뒤처지지 않게 자발적으로 평상시 체력훈련을 하게 됐다. 험산 종주는 고생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고생 끝에 붙는 이자는 건강한 신체이니 고생은 수익률이 높은 투자상품이다. 신용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건강은 최후의 보루다. '재산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일이며,신용을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란 말도 있지 않은가.

홍성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ccrschairman@ccr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