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05원까지 하락하는 등 원화가치 상승세가 가속화하면서 외환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무리한 시장개입을 자제하겠다던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서고 있다.

◆원달러 환율 1100원대 진입 초읽기
이날 서울 외환시장은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48분 현재 전날보다 5.3원이 하락한 1206원을 기록하고 있다.

밤사이 미국 증시가 또 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역외 환율이 연저점인 1207.25원에 마감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하락한 1208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또 코스피지수가 장중 1700 돌파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05원까지 하락폭을 늘리기도 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200원선이 무너져 1100원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올 4분기 평균 1180원으로 떨어진 뒤 내년에는 평균 1130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저평가된 원화가치, 국제수지 및 거시경제여건의 지속적인 개선추세 등을 감안해 원달러 환율이 올해말 11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 4분기 원달러 환율을 각각 1170원과 1050원으로 내다봤다.

◆수출기업 비상…엔달러 환율도 복병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현대증권은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0%, 현대차는 2.2%, 기아차는 6.1%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또 삼성SDI와 LG디스플레이의 순이익도 각각 4.3%, 3.4%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달러 표시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원화로 표시한 수출 증가율도 지난 7월 -3.0%, 8월 -5.6%로 2개월째 마이너스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실질실효환율이 5% 하락할 때 경제성장률이 0.10%포인트 떨어지고 경상수지가 88억7천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주요 업종에서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엔화가 달러화 대비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치를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90엔대 초반까지 떨어진 엔달러 환율은 3개월 후 95.81엔, 6개월 후 96.33엔, 12개월 후엔 101.81엔 등으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외환당국, 환율 시장 개입하나
이날 기획재정부 고위당국자는 "환율 하락 속도가 다소 빠른 듯해 변동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사실상의 구두개입 의사를 밝혔다.

또 한국은행 이광준 부총재보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위험관리를 위해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미시·거시정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고 외환보유액도 가급적 여유있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적인 환율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이 진행되는 만큼 민간연구소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3000억달러까지 외환보유액을 늘려 금융 위기 때 달러가 부족해 받았던 시장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추가환율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 할 수 있다.

그러나 외환당국 내부에서 조차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적극적인 시장 개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외환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 기간내에 강도 높은 개입을 하긴 쉽지 않겠지만 환율하락이 지속될 경우 시장상황을 방치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중장기적인 환율안정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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