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함께 차차차'서 철부지 새댁으로 변신


박한별 "이제야 몸에 맞는 옷 입은 기분"
배우는 자신의 실제 성격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한다.

하지만 배우의 실제 캐릭터와 이미지 사이의 오차 폭이 작을수록 배우나, 보는 사람이나 편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배우 박한별(25)은 지금껏 그 오차가 아주 컸던 경우다.

2003년 영화 '여고괴담3-여우계단'을 통해 데뷔한 이래 그는 줄곧 나이보다 성숙하며,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역할을 맡아왔다.

그런 그가 KBS 1TV 일일극 '다함께 차차차'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진경은 철부지 20대 초반의 아가씨에서 이제는 '어린 새댁'이 된 인물이다.

"진경이 캐릭터가 마음에 쏙 들었어요.20대 초반 발랄한 아가씨 캐릭터가 처음인 데다, 진경이는 내숭이 전혀 없고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애잖아요.모처럼 속이 확 트이는 것 같고, 연기하는 것이 아주 재미있어요."

진경이는 집안의 사고뭉치다.

시집간 후에도 철없는 짓으로 시고모와 갈등을 빚고, 남편과도 하루가 멀다하고 싸운다.

이제는 임신까지 해서 더 유세를 부린다.

하지만 박한별은 그런 진경이의 편을 든다.

"남들 눈에는 사고뭉치로 보이지만 진경이는 정말 괜찮은 애예요.주변 인물들이 다 너무 바람직해서 상대적으로 좀 문제가 있어 보일 뿐 진경이도 가족을 끔찍하게 아끼고, 성심이 바른 아이입니다.우리 드라마에서 제일 현실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그는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진경이는 늘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하지만 내 나이 또래 시청자들에게는 진경이가 충분히 공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진경이에 대해서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던 그는 전작들의 캐릭터 얘기가 나오자 금세 주눅이 든 표정이 됐다.

박한별 "이제야 몸에 맞는 옷 입은 기분"
드라마 '요조숙녀', '푸른 물고기', '한강수타령', '환상의 커플'에서의 모습을 돌아보면 부끄럽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정말 너무 답답했어요.지난 6년간 늘 차분하고, 예쁘며, 성숙한 캐릭터만을 연기했는데 정말 어색하고 괴로웠어요.실제 제 모습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이질감도 많이 느꼈고, 아무리 연기라고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참 많았어요."

그는 "물론 연기자가 자신의 실제 캐릭터와 비슷한 역할만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험과 연륜이 없는 상태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너무 어렵고 괴로웠다"며 "연기 못 한다는 욕도 많이 먹었는데, 내 몸에 맞는 캐릭터였더라면 욕을 좀 덜 먹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제작진도 배우의 이미지를 깨는 데 인색한 편이다.

배우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며 모험을 거는 연출자나 작가는 별로 없다.

"그동안 출연 미팅이 있을 때마다 '이 역은 나와 안 맞는다'는 얘기를 했어요.하지만 다들 안 들어주셨죠. 계속 똑같은 이미지의 역이 들어와서 결국 2년은 쉬었습니다.쉬는 동안 '연기에 대한 열의가 없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오히려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어서 쉬었던 것이죠."

박한별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내가 편하게, 공감하며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만나고 싶다"며 "그래서 캐릭터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며 가식 없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