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견기업에 입사한 한모씨(27)는 요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입사 동기들이 모여 펀드 수익률이 어떻게 됐고,코스피지수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이야기하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자신도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재테크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그리 많지도 않은 월급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 주식투자는커녕 적금 한번 스스로 들어본 적이 없던 그는 누가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실손보험,청약저축 가입 필수

재테크의 기초가 되는 필수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게 최우선이다. 일반적으로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주택청약종합저축,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이 사회초년생을 위한 필수 가입 상품으로 꼽힌다.

미혼일 때 가족에 대한 부담은 없으므로 종신보험은 들지 않아도 된다. 대신 본인의 질병과 상해 등에 대비한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은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단,민영의료보험을 포함한 보장성 보험료는 월 수입의 10%를 넘지 않도록 해야 저축액을 늘릴 수 있다.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이 필수다. 집을 구입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새로 짓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청약통장이 있어야 한다. 청약저축 불입액은 월 2만~50만원 사이에서 정할 수 있는데 월 10만원 이상 금액으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CMA는 수시입출이 가능하면서 하루만 돈을 넣어둬도 연 2~3%의 이자가 지급돼 급여통장이나 비상금 통장으로 활용하기에 좋다. 그러나 급여이체 계좌로는 은행 보통예금 통장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 급여이체를 통해 주거래 은행을 하나 갖고 있으면 예 · 적금에 가입하거나 대출받을 때 보다 유리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보통예금 통장을 급여이체 계좌로 해서 각종 공과금과 카드대금 등이 빠져 나가도록 한 다음 남는 돈을 CMA로 옮겨 고금리를 받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필수 금융상품에 가입하고도 남는 돈이 있다면 그 다음 순서는 연금보험이다. 사회초년생들에게는 먼 훗날의 일로만 여겨지겠지만 노후자금 마련은 일찍 시작하는 만큼 쉬워진다. 처음에는 소득의 10% 이내에서 가입한 다음 소득이 늘어나는 데 따라 금액을 늘려 새로운 연금에 가입하면 된다.

◆재무목표 세우기

필수 가입상품을 통해 기초를 다졌으면 그 다음에는 재테크를 통해 달성하고 싶은 재무목표를 세워야 한다. 목표를 세워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실천 방안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때 목표는 5년 후 결혼자금과 전세자금으로 1억원을 만들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일수록 좋다.

목표를 세웠으면 자신의 재무상황을 진단해 봐야 한다. 종이 한장을 꺼내 한 달 수입과 지출 내역을 상세하게 적어 저축과 투자에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재무목표와 비교해 보면 현재 저축과 투자에 쓰고 있는 돈이 충분할 수도 있고 모자랄 수도 있다"며 "만약 모자란다면 낭비되고 있는 부분을 찾아 저축과 투자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20대의 사회초년생이라면 전체적으로 투자자산의 비중을 높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한 달 저축액의 70% 정도는 연 15%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 상품에 넣고 나머지는 예금 등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상품에 분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재무목표로 삼을 만한 뚜렷한 것이 없다면 1년 내 1000만원,2년 내 3000만원 하는 식으로 종자돈 마련을 목표로 삼는 것도 좋다. 무엇이든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모아서 소비하기

올바른 소비습관을 들여 낭비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자린고비 식의 근검절약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같은 돈을 쓰더라도 쓰는 방식만 바꾸면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차를 할부로 구매하고 3년에 걸쳐 할부금을 갚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3년간 적금이나 펀드로 돈을 모은 뒤 일시불로 내고 자동차를 사는 것이다.

겉으로는 두 가지 방식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자동차 가격에 연 10% 가까운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자동차를 사고 이자가 남을 수도 있다. 윤기림 SK모네타 수석컨설턴트는 "돈을 모아 소비하는 것이 부자의 소비습관이라면 할부로 사는 것은 빈자의 소비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며 "돈을 모아 자동차를 사면 자동차가 자산이 되지만 할부로 자동차를 살 경우에는 할부가 끝날 때까지 부채가 된다"고 말했다.

'지름신'의 유혹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면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이용하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체크카드는 결제계좌의 잔액 범위 내에서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못지 않은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체크카드도 많이 나와 장점이 더 커졌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