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조원에 달하는 국내 공모펀드에 세금(증권거래세)을 부과하는 문제를 놓고 관련 업계와 정부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업계가 펀드시장 위축을 우려해 세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정부는 업계가 펀드 가입자에게 물리는 과다한 수수료부터 내리는 것이 맞다며 펀드 과세 방침을 원안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세제개편안을 통해 내년부터 공모펀드에 대해서도 거래세(0.3%)를 매기기로 했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공모펀드에 대해 과세하지 않고 있으나 취지를 충분히 달성한 데다 사모펀드 과세와도 형평이 안 맞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는 시장 위축이 우려된다며 비과세 연장을 요구해 왔으나 정부의 양보 의사가 없자 최근 절충안을 마련,거래세율을 절반(0.15%)으로 낮춰달라는 건의문을 금융위원회를 통해 재정부에 전달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공모펀드에 거래세를 매기면 결과적으로 펀드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펀드 자금 유출로 인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펀드 가입자의 수익률 하락이 우려된다면 업계가 가입자에게 받는 과다한 수수료 체계부터 고쳐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펀드 거래세는 국내 공모펀드 평균 회전율(보유 주식을 매매하는 횟수)을 감안하면 연간 최대 0.9%인 데 비해 업계가 받는 수수료는 연 2%를 넘는다"며 "더구나 판매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높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현재 국내 공모 주식형펀드의 경우 수수료는 평균 2~3% 정도다. 이 가운데 자산운용사가 가져가는 운용보수가 1% 안팎이며 나머지는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챙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반 주식거래 수수료뿐 아니라 펀드 수수료에도 거래소나 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이 협회비 명목으로 거둬가는 비용이 일부분 포함돼 있다"며 "유관기관들이 매년 적게는 수백억원씩 수수료를 챙겨가면서 거래세부터 낮춰달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펀드의 경우 수수료를 협회가 직접 가져가는 것은 없다"며 "공모펀드는 대다수 서민 · 중산층이 가입하는 펀드인 만큼 거래세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