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기부한 재산 331억원을 운영하게 될 청계재단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달 등기 절차를 끝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소리 소문 없이'출범한 셈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에 모르게 하라'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고 한다. 출범까지 "공약 이후 1년 반 넘게 왜 미적거렸나"등 여러 뒷말도 많았다. 지난 주말 서초동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통령의 '오랜 지기'송정호 재단이사장은 "정치적으로 해석돼 답답하다"며 "이 대통령의 뜻을 선의로 받아들여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주로 어디 쓰려고 합니까.

"구체적인 것은 재단이사회에서 결정할 겁니다. 국가 유공자나 군 · 경 · 소방 · 교정 분야,의로운 일을 하던 분들의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려고 합니다. 독립 운동가 자손들도 포함될 수 있어요. 다문화 가정과 소년소녀 가장,새터민(탈북자),환경미화원 자녀들도 혜택이 갈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

▼1인당 얼마나 지원 가능한지.

"중 · 고등학생이 주 대상입니다. 고등학생은 등록금이 1년에 약 200만원 가까이 돼요. 생활비 등 100만원 포함해서 연간 300만원 정도로 예상합니다. 중학생은 등록금이 거의 안들기 때문에 1년에 약 100만원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도 소년소녀 가장 등을 중심으로 급식비 육성회비 등을 도와주려고 해요.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고,융자금도 받을 수 있어서 제외됩니다. "

▼추천은 어떻게 하죠.

"다른 장학단체와 중복해서 받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그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학교로부터 우선적으로 추천 받는게 좋을 것 같아요. 보훈 단체에서도 추천받으려 합니다. "

▼언제부터 지원하나요.

"내년 신학기부터 줄 수 있을 겁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우선으로 연말이나 내년 초에 선발할 예정입니다. "

▼장학금은 총 얼마 정도 되죠.

"서초동과 양재동 건물 3채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운영하는데 한달에 9000만원,연간 11억원 가까이 됩니다. "

▼규모가 작지 않나요.

"우리나라에 장학복지관계법인이 수백개 있습니다. 재원 331억원은 20위권 이내여서 결코 작지 않습니다. "

▼기업 출연을 받아 키울 것이란 얘기도 돌았는데.

"전혀 검토하지 않았어요. 순수한 의도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일체 출연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만든 재단이 후원금을 받는다면 누가 순수하게 보겠어요. "


▼재단 운영은 이 대통령과 상의하나요.

"아니예요. 이 대통령은 재산을 내놓으면서 '나의 기부 뜻에 따라 정치적 오해가 없도록 하라'는 말 이외에 지금까지 특별히 뭐라 하지 않았어요. 순전히 이 대통령의 신념에 따라 기부하는 것이지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

▼2007년 12월 기부 공약을 하고 실천하는데 1년반 이상 걸렸습니다.

"지난해 대통령에 취임한지 얼마 안돼 촛불사태가 있었죠.그 이후 금융위기가 이어지고 해서 작년엔 그냥 보냈어요. 이 대통령이 연초에 '이것 좀 해야하는데 연구 좀 해봐라'고 해서 추진위를 만들고 작업에 들어갔죠."

▼상속세를 안내기 위한 편법 상속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 대통령이 사재를 낸다는 것을 그야말로 선의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상속세를 내더라도 가지고 있으면 내 재산이 되는데,세금을 안내려고 재산을 내놓지는 않잖아요. "

▼재단이사에 류우익 전 대통령 실장과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 등 이 대통령 측근이 있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이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이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학교를 세워도 건학이념이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재단을 세웠는데 어찌 뜻이 없겠어요. 측근들이 이사가 돼 그 뜻을 잘 실천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주세요. "

▼퇴임후에 관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보면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재단이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이 대통령이 들어와 개인적 욕심을 실현할 수 있겠지만 장학재단이잖아요. 학생들에게 돈을 주면서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

▼이 대통령 사위가 이사진에 있는데.

"본인을 포함해서 특수관계자나 인척관계에 있는 사람은 20% 들어갈 수 있어요. 그것은 설립자의 뜻에 맞게 재단을 잘 운영해 주십사하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사위 한사람이 있다고 해서 재단이 좌지우지 되지는 않습니다. 사위가 검사 출신의 변호사입니다. 부모가 교사를 했어요. 또 장학사업에 관심이 많아요. 사위 신분이 아니더라도 이사로 적격자 입니다. "

▼이 대통령이 기부를 한 배경은 뭡니까.

"대통령도 어려운 가운데 공부하면서 시장 아주머니와 헌책방 아저씨 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돈이 없어서 공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가난이 대물림해선 안된다는게 그분의 신념입니다. 이런 철학과 신념 때문에 재산을 내놓은 겁니다. 1995년 펴낸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 그런 구상을 썼어요. 그러다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공약으로 발표한 거죠"

▼평생 모은 재산인데 섭섭해 하지 않던가요.

"이 대통령도,김윤옥 여사도 '이건 내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준 것이다. 그래서 내놓는 것도 당연하고 내놓으면 하느님이 더 많이 채워 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채워준다는 것은 꼭 물질적인 것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전혀 아쉬움을 갖고 있지 않고 더 즐거워 합니다. "

▼퇴임 후엔 어떻게 생활합니까. (이 대통령의 남은 재산은 44억원 규모의 논현동 자택과 스포츠 회원권 · 보험 · 펀드 가입액 등 4억8100만원을 합해 약 49억원)

"이 대통령은 경험이 많고 아는 것도 많아요. 때문에 저술활동이나 강연을 많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어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퇴임 후에 돈을 더 많이 벌었잖아요. 이 대통령도 퇴임후 어떤 주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국가를 위해 활동하지 않겠어요. 한국에도 전직 대통령이 강연이나 저술 활동하는 풍토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서 수입이 좀 생기고 연금도 있어 사는데 문제가 없을 겁니다. "

▼이 대통령과 얼마나 친하세요.

"이 대통령은 친한 사람이 많아요.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고.내가 그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

▼대선때 후원회장을 했는데 굉장히 친한 것 아닌가요.

"믿으신 거죠"

▼이 대통령을 옆에서 보니 어떠세요

"함부로 평가하다간 큰일 납니다(웃음).불굴의 의지가 있어 보여요. 또 긍정의 힘을 믿고 있습니다. 결정하기 까지는 꼼꼼히 따져보며 매우 신중합니다. 일단 결정이 끝나면 추진력이 대단하죠."

홍영식 · 장성호/사진=정동헌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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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계재단인가

청계는 이 대통령의 아호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되기 전 초서의 달인인 진학종 선생이 지어줬다. 송 이사장은 "진 선생께서 '청계유용(淸溪遊龍)'을 써주면서 '청계에서 용이 노는데 그때 당신이 큰일을 한다고 했는데 실제 나중에 청계천 때문에 그렇게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