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어느 새벽 꿈속에서나마

나 만난 듯하다는

그대

내 열 번 전생의

어느 가을볕 잔잔한 한나절을

각간 유신의 집 마당귀에

엎드려 여물 씹는 소였을 적에

등허리에

살짝

앉았다 떠난

까치였기나 하오



그날

쪽같이 푸르던

하늘빛이라니.

-김원길 ‘취운정 마담’ 전문 -


꼭 이맘때,안동 임하호가 내려다 보이는 지레예술촌에서 이 시를 처음 들었다.시인은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인 의성 김씨 종택을 200m 위로 옮겨 지레예술촌을 만들었다.시인은 눈을 지긋이 감고 벼락같이 써내려갔다는 이 시를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우리는 억겁을 뚫고 전생으로 돌아가 소와 까치의 조우를 지켜봤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지면서 여름과 가을이 임무를 바꾸고 있다.쪽빛 하늘 한 모퉁이에 걸려 있는 쪽빛 사랑.사랑은 찬바람이 돌때 영그나보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