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해운사마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중소 해운업체들은 이미 줄줄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업계에서는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계적인 해운시황 침체가 길어지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유동성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는 탓이다.

◆대형 선사마저 인력 감축

국내 최대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8월 한 달간 육상직원 890여명을 대상으로 근속연수에 상관없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대상자를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국내 육상직원 890여명 중 5%가량인 37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상자들에게는 근속연수에 따른 위로금과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초에는 해외 현지 직원 2200여명 중 5% 정도인 13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인력 조정과 함께 운항 중인 8개 유럽 항로를 기항지 통폐합과 재조정 과정 등을 거쳐 6개 노선으로 재편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력 및 조직 슬림화를 통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이 인력 조정에 나서면서 다른 대형 선사들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황 악화에 따른 적자 상황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과 STX팬오션은 그러나 "확정된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대형 선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독일 하팍로이드 등 글로벌 선사들도 잇달아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대형 선사들마저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은 작년 말부터 시황 악화에 따른 만성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한진해운은 올 2분기에만 2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상선과 STX팬오션도 같은 기간 1464억원,801억원씩 손실을 봤다.

◆중소 선사들은 잇달아 법정관리

해운업계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해운시황이 언제 바닥에 이를지 확실치 않다는 데 있다. 물동량과 운임지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맴돌고 있다. 세계 해운업계 시황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올해 초 1000선 이하로 주저앉았다가 지난 6월 4000선을 돌파하며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다시 하락세를 거듭,이날 2421까지 떨어졌다.

중소 해운업체들은 구조조정이나 자금 조달로 위기를 벗어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잇달아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처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쪽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중소 해운업체인 세림오션쉬핑이 지난달 국내 해운업체로는 올 들어 네 번째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미 작년 말 업계 순위 17위인 파크로드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으며,올 들어 삼선로직스 대우로지스틱스 TPC코리아 등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중소 선사들의 법원행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3개 중소 선사가 조만간 추가적으로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주협회에 등록된 170여개 해운사 가운데 상위 10개사 정도를 뺀 대부분의 해운사들이 자력 회생이 어려운 상태여서 채권단과 채무 조정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