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곤 ICTY 부소장…`인종청소' 카라지치 재판 맡아
한국 법조계 `쾌거'

권오곤(56)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부소장이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청소'를 주도한 라도반 카라지치의 재판에서 재판장을 맡는다.

한국 출신 법조인이 카라지치와 같은 거물급 전범의 재판에서 재판장이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1일 ICTY에 따르면 권 부소장은 내달 1일 보스니아 내전에서 이슬람계 주민을 대량학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세르비아계 지도자 카라지치의 재판에 재판장으로 임명된다.

카라지치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이 ICTY에서 재판을 받다 사망한 이후 전범 가운데는 최대 거물로 꼽혀왔으며, 13년간 도피 끝에 지난해 7월 전격 체포됐다.

권 부소장을 재판장으로 크리스토프 플뤼게 재판관(독일)과 미셸 피카르 재판관(프랑스)이 함께 재판에 참여하며, 9월 한달간 재판 준비절차를 거쳐 10월초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된다.

카라지치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30여 지역에서 일어난 집단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 등 11개 죄목으로 기소됐으며 검찰에서 소환하려고 하는 증인만 540여명에 달해 재판 진행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권 부소장을 포함한 재판부는 3년 내에 재판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신속하면서도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카라지치는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과 같이 변호인은 선임하지 않은 채 재판에 임하고 있지만 세계 곳곳의 변호사 및 법학교수의 조언을 받아 법률적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소장은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전범재판에도 재판관으로 참여했지만 피고인이 2006년 3월 재판 도중 사망하는 바람에 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권 부소장은 "역사에 남을 세기의 재판에 국제사회를 대표하는 재판관, 특히 재판장으로 참여하게 돼 매우 뜻깊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1979년 서울민사지법에서 판사로 근무를 시작한 권 부소장은 대구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01년 ICTY 재판관에 선출됐고, 2008년에는 ICTY 부소장에 선임돼 재판 업무를 겸해왔으며 최근에는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로부터 대법관 후보 4명 중 한 명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