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70만병(병당 500㎖ 기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춰야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맥주제조업의 진입 문턱이 내년부터 대폭 낮아진다. 이에 따라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가 양분하고 있는 국내 맥주시장에 제3의 맥주업체가 등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국세청은 27일 국내 술 산업 육성을 위해 맥주제조업 허가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합의하고,상호 협의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 세부 기준이 담긴 '주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주세법상 맥주제조업 허가를 받으려면 500㎖병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연간 370만병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발효 · 제조시설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2002년부터 소규모 점포에서 맥주를 만드는 이른바 '하우스 맥주'를 허용해 전국에 60여곳이 영업 중이지만,해당 점포에서만 판매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열악한 국내 술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맥주시장의 문턱을 낮추려는 것"이라며 "제조 기준을 완화할 경우 소규모 자본으로도 맥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독일처럼 지역별로 특화한 맥주 제조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새로 적용할 허가 기준과 관련,일본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맥주 청주 소주의 경우 연간 12만병 이상 생산하는 시설을 갖추면 제조허가를 내주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본보다 낮게 허가 기준을 바꿀 계획"이라고 말해 맥주제조업 허가 생산량 최소 기준을 10만병 안팎으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내비쳤다. 이럴 경우 현재 연간 생산 · 판매량이 22억병을 웃도는 하이트맥주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국산 맥주들이 선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맥주와 더불어 소주 청주 등에 대한 제조허가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소주(희석식)는 연간 36만병(360㎖ 기준) 이상,청주는 연간 1만8000병(330㎖ 기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춰야 제조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