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발사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 비행 실패의 주된 원인이 '페어링 분리 이상'인 것으로 지목되며 해외 우주 선진 국가들의 유사한 사례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페어링'이란 나로호 발사체 맨 꼭대기에 자리잡은 과학위성을 보호하는 한 쌍의 덮개를 말한다.

26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나로호의 발사 216초 후 페어링 한쪽은 정상적으로 분리됐다. 그러나 나머지 한쪽이 상단에 붙은 채로 540초까지 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위성이 한 쪽으로 기울게 돼 자세가 흐트러지고, 덜어내지 못한 무게(위성의 4배)로 인해 위성궤도에 진입하기에 충분한 속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교과부는 발사체의 비행이 실패하는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는 추진시스템 관련 문제로, 비중이 66.2%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1, 2단 로켓 분리와 나로호의 비행 실패 원인인 페어링 분리가 실패 원인으로 자리잡는 비중은 12.6%다.

페어링 분리 실패로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못한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 2월 24일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탄소관측위성을 실어 쏘아올린 로켓 ‘토러스 XL'은 페어링 분리 실패로 대기권에 진입되며 연소됐다. 나머지 잔해는 남극 근처 태평양에 떨어졌다.

앞서 미국,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들의 실패사례들 중에서도 페어링 분리가 원인이 된 경우를 여럿 찾을 수 있다.

지난 1964년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우주탐사용 로켓으로 전환해 쏘아올린 ‘아틀라스 로켓’을 시작으로 같은 해 러시아가 쏘아올린 ‘코스모스 2호’도 페어링 분리 실패로 정상적인 비행을 해내지 못했다.

이어 1969년 러시아의 '프로톤', 이듬해 1970년 미국 아틀라스와 '유로파 로켓'도 같은 이유로 비행에 실패했다. 1973년 프랑스, 1981년 우크라이나에서도 페어링 분리 실패가 로켓의 정상 비행을 가로막았다. 지난 1999년 미국이 쏘아올린 '아티나'는 발사 4분만에 페어링 결함으로 비행에 실패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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