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가 어제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지난 19일 로켓 연료탱크의 압력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발사 직전에 카운트다운이 중단되는 등 그 동안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발사일정이 연기되는 7전8기 끝에 마침내 나로호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우주로 발사된 것이다.

나로호 개발에 착수한 지 불과 7년여 만에 우리 땅에서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리면서 우주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산을 비롯 인력과 장비 부족 등 열악(劣惡)한 여건에서도 나로호 발사를 위해 비지땀을 흘려온 항공우주연구원 등 기술진의 노고에 따뜻한 격려와 함께 큰 박수를 보낸다.

우리나라는 이번 나로호의 개발과 발사 과정에서 선발국인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위성 발사체 운영체계와 경험을 체득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게다가 국제적으로 민감한 기술이며 선진 개발국들이 다른 나라로의 이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발사체 상단부의 고체연료 로켓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우리 힘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은 주목을 끌 만하다. 이번 나로호 개발 및 우주센터건설 과정에서 유발된 생산효과를 비롯 발사 성공으로 예상되는 홍보효과,국가 이미지 제고에 따른 수출 증대효과 등을 합칠 경우 경제적 효과가 최대 2조3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산업연구원(KIET)의 분석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발사성공은 우주 진출의 신호탄에 불과하며 지금부터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있다. 우리는 자체 우주발사장을 확보한 지 불과 두 달이 지났을 뿐만 아니라 발사체 분야 핵심 기술개발 능력 또한 크게 미흡한 형편이다. 더구나 이번 나로호 개발 및 발사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선발국들의 강력한 견제로 인해 액체연료 로켓 등 하드웨어는 물론 추진체 발사 등 핵심기술을 자체 확보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한마디로 우주산업 여건은 척박하기 짝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 당국과 항공우주연구원 등은 대형 위성제작 등 우주개발 관련부문을 국산화하고 로켓분야의 기술을 습득하는데 우선 힘을 쏟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는 이번 발사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우주발사체 기술의 자립화 기반을 서둘러 구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산학 연관의 협력체제 구축과 민간의 과감한 선제적 투자 등이 뒤따라야 할 것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런 노력들이 한데 어우러져야 오는 2018년까지 순수 국산 우주발사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 또한 차질(蹉跌)없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발사성공이 국가적 과제인 우주강국 실현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