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원액생산 후 완제품 제조 못해
녹십자, 임상시험 일정에 차질 우려


신종플루 백신 원액을 생산하고도 기술적인 문제로 한달간 백신 완제품이 나오지 못하면서 임상시험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녹십자 등에 따르면 국제 기구의 통보 지연으로 신종플루 백신 제품 1개당 주입할 항원의 용량을 결정하지 못해 백신 완제품 생산이 늦어지고 있다.

녹십자는 이미 지난달 20일에 백신 시제품의 원액 생산을 마쳤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 협력기관인 영국 국립생물의약품표준화연구소(NIBSC)가 백신 표준품의 정확한 역가(力價)를 지금까지 통보해 주지 않아 원액의 농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표준품은 국내에서 생산된 원액 속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 역할을 한다.

영국 NIBSC는 지난달 31일 표준품을 보냈지만 정확한 역가가 아닌 역가의 범위를 통보해 왔다.

표준품의 정확한 농도를 모르니 이미 생산된 원액의 농도를 알 수 없고, 원액의 농도를 모르기 때문에 백신 1개당 사용될 원액의 양과 희석비율도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녹십자는 시제품 원액을 만들고도 1개월 이상 완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완제품 생산이 늦어지면서 다음달 둘째 주에 시작될 예정인 임상시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식약청과 녹십자는 이날 더 이상 일정을 지연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대략적인 농도수치로 완제품 생산을 시작키로 결정했다.

완제품을 생산한 후에도 무균검사 등 품질검사를 마쳐야 인체시험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정확한 농도는 아니지만 백신 효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오차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임상시험용 백신 생산이 더 늦어지면 11월에 백신을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어 우선 완제품을 생산키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