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구진 160명도 오랜 객지생활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25일 첫 시험무대에 올랐다.

지난 2002년 8월 개발사업이 시작된 이후 7년여 만이다.

한국이 '우주로 가는 길'을 내는 일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짧지 않은 개발 기간에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사연 또한 많았다.

총 사업비는 5천25억원이 들었다.

나로호 개발 사업은 100㎏급 인공위성을 지구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우주발사체 개발 및 발사를 목표로 했다.

주요 연구 내용은 위성 발사체 시스템 설계 및 제작ㆍ시험, 터보펌프식 액체추진기관 및 고체 킥모터 개발, 위성의 궤도투입 기술 확보 및 발사 운용 등이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의 기술협약을 통해 발사체 체계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라 2004년 9월21일 한·러 우주기술협력 협정이 체결된다.

당시 오명 과학기술 부총리(현 건국대 총장)는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노무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 항공우주청장과 협정에 서명했다.

이후 2004년 10월26일 항우연과 러시아 흐루니체프사 간 기술협력 계약을 시작으로 2005년 발사체 시스템 설계 검토회의를 거쳐 공동 상세설계가 완료됐다.

2006년 9월 발사체 상단 엔지니어링 모델 제작이 완료됐고 2006년 10월17일 한.러 우주기술보호협정이 체결과 동시에 발효했다.

이어 2007년 7월 지상장비 상세설계 자료(CDP)가 인수됐으며 2007년 9월 발사체 상단 인증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2007년 11월 발사체 시스템 상세 설계자료 인수와 상세설계 양국 전문가 검토를 거쳤으며 2007년 12월 한.러 기술협력계약 변경을 통한 발사체 및 발사대시스템 개발 일정 및 발사시기가 확정했다.

2008년 8월 러시아측 1단 지상검증용기체(GTV)가 인수됐고 2008년 8월 상단 비행모델(FM) 총조립 및 검사가 완료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6월 GTV를 이용한 발사대 인증시험을 완료했으며 지난달 나로호 비행모델 총조립 및 발사 운영시험을 마쳤다.

하지만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러시아 측의 잦은 변수로 개발계획 및 발사일정이 여러 차례 조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

나로호 개발완료 기간이 두 번 수정됐고 이후 개발완료일이 가까워지면서 발사예정일 조정이 4차례나 이뤄졌다.

당초 작년말로 잡혔던 발사예정일은 발사대시스템 설치지연 등이 불거지며 올 2분기로 첫번째 조정됐고, 추후 로켓 성능시험 문제에 따라 지난달 30일로 두번째 조정이 이뤄졌다.

이후에도 발사예정일은 1단 로켓 연소시험 문제로 12일 뒤인 이달 11일로, '기술적 이슈'가 터지면서 8일 뒤인 이달 19일로 각각 세번째, 네번째 조정됐다.

그간 이런 일정을 소화하느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필두로 산ㆍ학ㆍ연 협력체계가 구축됐다.

항우연은 발사체 시스템 개발 총괄을 비롯해 해외 기술협력 총괄과 발사, 조립장 등 기반시설 구축, 발사 운용을 맡아 개발을 이끌었다.

대학 및 관련 연구소도 43건의 위탁연구를 수행하며 거들었다.

대학과 연구소는 우주발사체 분야 기초기술 및 요소기술 연구 인력 양성을 책임지면서 우주발사체 시스템 기술 현황 분석 및 관련 심포지엄 개최 등으로 지속적인 기술교류를 수행했다.

산업체도 '간단치 않은 한 몫'을 담당했다.

대한항공과 한화,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한국화이바 등 무려 160여개 업체들은 발사체 총조립을 비롯해 부품 및 서브시스템 상세설계 및 제작, 지상시험시설 및 발사관련 설비 제작, 발사체 개발을 위한 현장기술 습득 및 개발 등을 맡았다.

특히 이날 나로우주센터 장에서 발사 순간을 기다리는 연구원은 우리 연구진 외에도 러시아인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나로호의 1단 액체연료추진 기관은 러시아가 전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상당수 러시아 연구원들이 힘든 객지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파견한 과학자와 엔지니어, 보안요원 약 160명이 머물고 있는데, 이들 중 50여명은 나로호의 발사를 책임진 관제요원들로 25일 발사에도 발사체통제센터(LCC)에 머물며 발사 실무를 담당했다.

심지어 발사대 전문가 15명은 한국에서 2년이 넘는 객지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러시아 측은 이번 나로호 1단 엔진이 러시아의 앙가라 차세대 로켓 프로젝트에도 중요한 시험장이 될 것이란 점에서 더욱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로우주센터<고흥>연합뉴스) 김영섭 기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