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달리기의 한계기록은 9초40대라는 게 정설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마크 데니 교수는 '인간과 말 · 개의 종별 한계 속도 연구'라는 논문에서 인간이 9초48까지 달린 뒤 기록향상이 멈출 것으로 예측했다. 100m를 10m씩 끊어 구간별 최고 속도를 낸 선수들의 기록을 합산한 9초43과 비슷한 수준이다.

달리기 기록 단축의 첫 관문은 출발반응속도다. 전문가들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단 출발반응속도를 0.1초로 본다. 청각신호가 뇌에 도달하는 시간 0.08초와 뇌가 판단해서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시간을 합하면 0.1초는 걸린다는 얘기다. 그래서 0.1초 이내에 출발하면 부정으로 간주한다. 세계 정상급 스프린터들의 출발 반응속도는 0.1초와 0.2초 사이다. 지금까지 최고기록은 1995년 영국의 린포드 크리스티가 세운 0.110초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과학의 힘이 가세하면 더 빨라질 수 있다. 트랙의 경우 딱딱한 층과 부드러운 층의 폴리우레탄을 2중으로 까는 게 보통이지만 새로운 기술이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이번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트랙에는 아스팔트 위에 탄성이 뛰어난 폴리우레탄 3장을 깔고 그 위에 이중합성고무를 코팅했다. '마법의 양탄자'로 불리는 '몬도트랙'이다. 트랙을 밟을 때 충격을 감소시켰다가 다리를 뻗을 때 이를 되돌려주는 구조여서 힘을 덜 들이고 더 빨리 달리게 해 준다고 한다.

초경량 신발도 기록 단축에 한몫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러닝화를 1온스(28.35g) 가볍게 하면 1마일(1.6㎞)을 뛸 때 총 55파운드(24.75㎏)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대회 남자 100m 결승전에서 9초71로 미국신기록을 세운 타이슨 게이의 신발 무게는 115g에 불과했다.

우사인 볼트가 남자 100m에서 9초58,200m에서19초19로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3관왕에 오르자 달리기 한계기록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의 출발반응속도(100m결승 0.146초,200m결승 0.133초)와 신발무게(149g)를 줄이고 가속력을 조금 높이면 기록을 더 단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육상은 스포츠의 기본이자 인간의 신체 능력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종목으로 꼽힌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유치했으면서도 이번 대회에서 메달 획득은 고사하고 예선통과조차 변변히 못한 우리로서는 볼트의 신기록 행진이 더 부러울 수밖에 없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