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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운영비라도 줄여야죠."

인천 남동공단 A업체는 이달 1일부터 장기간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일주일 동안 하계휴가를 실시했지만 올해는 부득이하게 휴가를 2주로 늘렸다. 경영난에 주문까지 줄어들면서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생산량 조절과 경비 절감 등을 이유로 여름휴가 기간을 지난해보다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A사 대표는 "주문이 없어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불가피하게 휴가를 늘린 업체가 많다"며 "특히 영세업체들의 경우 경기침체 체감 정도가 클 수밖에 없어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LG 등 대기업들이 상반기 깜짝 실적을 쏟아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아직 바닥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중소기업 밀집지역인 인천 남동공단이나 시화공단에 있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아직 경기회복의 온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지역본부에서 6월 작성한 '2009년 5월 남동산업 동향'에 따르면 작년 10월까지 매월 75% 이상을 선회하던 업종별 가동률이 11월부터 감소해,12월은 69.1%,1월은 67.9%까지 하락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2월부터는 조금씩 회복해 5월 74.2%를 기록했지만,지난해 같은 기간(79.8%)에 비해서는 여전히 못 미치는 가동률이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자동차세 감면정책이나 법인세 인하 정책은 대기업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하청을 받는 작은 기업들에는 그 혜택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경기 불황 속에서도 일부 중소기업들은 2분기 중 국내 간판기업들 못지않은 깜짝 실적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 때도 그랬듯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대기업 선전,중소기업 고전'이라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이 와중에서도 불황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해가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건축용 조인트 내수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슈어조인트는 상반기에 이미 작년 매출을 능가하고 올 매출목표 9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목표도 '5년 내 매출 500억 원'으로 못박아둔 상태다.

정보통신기기 제조회사 ㈜아프로텍도 KT와 협력해 개발한 'QOOK 인터넷 전화'가 좋은 반향을 일으키면서 2분기 깜짝 실적을 거둬 올해 4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매출 280억여 원과 비교할 때 월등히 상향된 수치다. 불황 속에서도 강한 ㈜)아프로텍의 경쟁력은 15년 이상 유 · 무선통신 장비 제조업이라는 '한 우물'을 판 데 있다.

수배전반 제조업계의 숨은 강자인 ㈜베스텍도 '축소형 배전반'과 '완전폐쇄형 배전반' 등이 호평 받으면서 지난 5년 새 10배의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불황을 맞은 올해에도 상반기 매출 호조로 목표액인 340억원을 가뿐히 돌파하리란 기대다.

이들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DNA를 분석해보면 △독창적인 마케팅 △품질과 가격경쟁력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틈새시장 공략 △한 우물을 판 전문기업 △탄탄한 기초기술 △적극적으로 신시장 · 신사업을 개척한 업체 등으로 요약된다. 스스로의 힘으로 틈새시장을 뚫어 기업 생태계에서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뿌리를 내린 작지만 강한 기업들. 이들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 한국 중소기업의 성공 방정식을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