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에 랭크’보다 ‘1위에 올라’를

# 인터넷상에서 '허본좌'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가 최근에 가수로 데뷔했다고 해서 화제다. 그가 부른 노래 '콜미'가 공개되자마자 각종 음악 차트에서도 상위에 랭크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유의 문장은 신문 방송 등을 비롯해 일반적인 글짓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여기에는 놓치면 안 될 한 가지 흠이 있다.

글을 쓸 때 무심코 범하기 쉬운 것 중의 하나로, '외래어의 남발'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외래어의 사용을 기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말이 갖고 있는 어휘 체계만으로는 이미 쏟아져 들어오는 외래 용어나 개념들을 적절하게 그리고 충분히 받아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외래어의 남용',즉 "이 정도면 지나친 외래어의 사용이다"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은 어떤 것인지가 된다.

앞의 예문은 그 기준 가운데 하나를 보여준다.

예문에 보이는 '인터넷,데뷔,차트,랭크' 가운데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말은 무엇일까.

우선 '인터넷'은 이미 사전에 단어로 올라와 있는 말로,국립국어원에서도 순화어를 굳이 제시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말 속에 뿌리를 내린 경우이다.

일부에서 '누리망'이나 '누리그물'을 대체어로 사용하고,나름대로 호응을 얻고 있으나 아직은 그 세력이 '인터넷'에 미치지 못한다.

'데뷔'나 '차트'도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인데,<표준국어대사전>은 이를 '등단,등장,첫 등장' '도표 또는 순위 도표' 식으로 각각 바꿔 쓸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수로 등단'이란 표현은 잘 쓰지 않고,'가수로 등장'도 어색하다.

또 '가수로 첫 등장했다'라고 해봐야 모두 말이야 통하지만 자연스럽지 않다.

결국 이런 경우는 순화한 말이 외래어를 결코 대신하지 못한다.

'차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를 우리말로 한다고 해서 '음악 도표'니 '음악 순위표'니 하는 말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색함을 무릅쓰고 우리말로 바꾸는 것보다는 차라리 외래어를 그냥 쓰는 게 나을 정도다.

하지만 '랭크'의 경우는 다르다.

여기서처럼 '상위에 랭크됐다'보다는 '상위에 올랐다'라고 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말하기도 편하다.

이런 경우까지 외래어를 무심코 사용하는 것이 바로 '지나친 남용'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