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밤을 조용히 걸어가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

뉴욕 링컨센터 챔버뮤직 소사이어티 예술감독인 데이빗 핀켈이 걸어가는 시늉을 하며 학생들에게 곡의 느낌을 설명한다. 고개를 끄떡이던 학생들이 악기를 다잡고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트리오 제4번 '둠키(Dumky)'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연주하는 중간 중간에 악기의 운지법을 설명하던 핀켈 감독.그의 입에서 "훨씬 나아졌다"는 칭찬이 나오자 학생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진다.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열린 'LG-링컨센터 챔버뮤직 스쿨' 특별 레슨의 모습이다.

LG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음악영재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뉴욕 링컨센터 챔버뮤직 소사이어티와 공동으로 'LG-링컨센터 챔버뮤직 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 영재 20명을 선발,2년간 실내악의 모든 것을 가르친다. 핀켈 감독 등 세계적인 음악계 거장들이 참여하는 특별 레슨도 실내악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라는 게 LG 측 설명이다. LG 관계자는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무료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를 통해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같은 거장이 나왔다"며 "한국의 두다멜을 키우는 일에는 LG가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문화적 체험을 할 기회가 적은 청소년들에게 예술교육과 문화예술 감상의 기회를 주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은 전문가들이 보육원과 교화시설 소속 청소년들을 찾아가 음악,연극,무용을 가르치는 '아트클래스'를 재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농어촌 지역 중 · 고등학생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LG연암문화재단은 농어촌 지역 중 · 고등학교 강당에서 연극 공연을 보여주는 '찾아가는 스쿨 콘서트'를 5년째 운영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보고 싶은 공연이나 전시 프로그램의 입장권을 나눠주는 '사랑의 나눔티켓'도 높은 호응을 받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LG상남도서관은 2006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도서관'을 만들어 다양한 분야의 도서와 교육 자료를 음성 콘텐츠로 바꾸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계열사들이 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 중에도 문화예술과 관련이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LG화학은 2007년부터 군장병들과 지역주민을 위해 군부대로 직접 찾아가 공연을 열어주는 '뮤지컬 홀리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외지역 청소년들과 장애인들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도서관 지원사업도 활발하다. LG화학은 도서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외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 2~3 곳을 대상으로 도서관을 지어주는 사업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LG화학이 건립한 도서관은 사업장이 있는 여수,오창 등 7개 지역 8개 학교에 달한다.

'문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마케팅 행사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LG전자는 2004년부터 가전제품의 주 고객인 주부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자는 취지에서 매년 서울 수원 대전 광주 창원 포항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휘센 주부 합창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젊은 세대를 위해서는 '비보이(B-boy) 축제'를 열고 있다. LG전자는 2007년 한국에서 개최한 '싸이언 비보이 챔피언십 대회'가 젊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고 판단,지난해부터 이 대회를 브라질 베네수엘라 페루 콜롬비아 칠레 과테말라 멕시코 등으로 확대했다.

LG하우시스는 건축가와 인테리어 작가,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의 전시활동 후원에 적극적이다. 2006년 이들을 위한 별도의 전시공간인 '론첸 갤러리'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지난 4월에는 공간과 패션의 만남이란 주제로 '주아드빠삐에'전이 열렸다. 박수우 패션디자이너가 이 행사를 주도했다. 5월에는 승효상,조성룡 등 한국의 대표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서울 스케이프 한국 건축가 6인전'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LG하우시스는 이 밖에도 프리미엄 인테리어 브랜드인 '지인(Z;IN)'을 전면에 내세운 패션쇼,전시회,음악회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지인'이라는 브랜드로 연결시키는 게 현재 추진 중인 아트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