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인공위성 발사체 나로호(KSLV-I)의 19일 발사가 실패한 것은 우주강국으로의 도약이 그만큼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당국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부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재발사하는 데 최소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날씨는 발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만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발사 실패에 따른 책임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기술을 제공한 러시아와의 협력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전망이다.

◆…발사를 몇 시간 앞둔 19일 나로우주센터에는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바쁘게 움직이는 연구원들의 표정에서 기대감과 초조함,우려가 교차되는 것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러시아 연구진 150명을 포함한 340명의 연구원들은 막바지 점검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였다. 발사를 총 감독하는 발사지휘센터(MDC)에서는 발사 총책임자인 조광래 발사체개발본부장을 비롯해 자세제어,추진체 분야 등 각 분야의 책임자 25명이 발사를 위한 마지막 점검을 지휘했다. 발사 4시간을 앞둔 오후 1시부터는 발사장 주변에 있던 모든 연구인력이 안전한 곳으로 철수했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이날 발사를 앞두고 기자들과 가진 브리핑에서 "어제 밤 늦게까지 정부 관계자들과 발사장과 통제장을 둘러봤다"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제 수행된 발사 리허설 데이터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도 "나로우주센터의 기상상황이 발사를 위한 기상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며,우주환경 요인도 발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또한 우주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물체와의 충돌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시간대까지 고려해 최종 오늘 오후 5시에 나로호를 발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나로호 발사운용에 착수한 나로우주센터는 오후 1시 1단 액체연료 추진 로켓의 추진제인 연료(케로신)와 산화제(액체산소) 주입을 준비하고 이때부터 오후 5시 발사를 향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이후 나로우주센터는 산화제 공급을 위한 공급라인과 탱크를 냉각시키는 작업을 거쳐 발사 2시간 전인 오후 3시 연료와 산화제 주입을 시작했다. 연료 및 산화제 주입은 발사 직전까지 이뤄졌다. 이어 발사체 기립장치 철수 등 발사운용 작업이 발사 50분 전인 오후 4시10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발사준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발사시각을 몇 분 앞두고 뜻밖의 사태에 직면했다. 발사 15분 전인 오후 4시45분부터 자동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으나 발사 7분56초 전 갑자기 카운트다운 중단 명령이 떨어졌다. 발사 장면을 지켜보던 국민들은 갑작스런 중단 발표에 깜짝 놀랐다.

◆…발사 중단으로 인한 손해는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나로호 발사가 연기됨에 따라 나로호에 투입됐던 연료와 산화제로 구성되는 추진제를 빼내야하는 데다 발사체 기립설비 장비를 다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발사체 발사 실패는 우주개발 강국들도 번번이 맛본 쓰라린 경험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발사 후 폭발이나 우주궤도 진입 등 실질적인 실패사례가 아니라 카운트다운 과정에서 중단한 것이어서 언제든 발사를 재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사례와는 구분된다. 과거 위성발사에 나섰던 국가들의 첫 발사 성공률은 27.2%로 성공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북한을 제외하고는 옛 소련과 미국 등 11개국 가운데 단 세 나라만이 첫 번째 시도에서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위성발사 실패 원인으로는 추진시스템 문제(66.2%)가 가장 많았으며 발사체 분리,항공공학적 문제,비행체 구조결함 등이 뒤를 이었다.

외나로도(고흥)=황경남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