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의 국내 감염자 수가 처음으로 하루 100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80%가량이 지역사회 감염자여서 개학과 가을철을 맞아 대유행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제주국제관악제에 참가 중인 대만인 5명 등 108명이 새로 신종플루로 확진돼 총 감염자 수가 2320명으로 늘었다고 19일 발표했다. 신규 감염자 108명의 감염경로를 조사한 결과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되는 환자가 82명이나 됐다.

제주 국제관악제 행사 관련 신종플루 환자는 22명이었다. 방학 중 경기도 B영어마을에 연수를 나왔던 경기지역 중 · 고교 영어교사 6명이 지난 15일 발열 등의 증세를 보여 역학조사 결과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수에 참가했던 나머지 40여명의 교사들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전체 감염자 중 556명이 아직 병원 등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며 "환자 증가 속도가 빨라져 중증 환자도 속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더 이상의 환자 누계 발표가 무의미하다고 판단,앞으로 '1일 환자현황'을 당일 발생 건수와 치료 중인 환자로 축소해 공개하기로 했다.

한편 전 세계 신종플루 감염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백신 수급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8일 가을철을 앞둔 북반구 국가들의 신종플루 백신 주문이 10억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기준 세계 신종플루 사망자가 1462명으로 급증,대유행 공포가 확산되면서 각국이 앞다퉈 백신 주문을 늘린 데 따른 것이다.

그리스 네덜란드 캐나다 이스라엘 등은 전체 인구가 두 번씩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했고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인구의 30~78%에 해당하는 분량을 주문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2004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총 2억2000만명분이 공급됐다.

WHO는 초기 단계에선 백신 공급이 제한돼 각국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보진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 일부 제약사에선 계절성 독감 백신 생산 때문에 신종플루 백신 생산이 늦어지고 있으며,자국 우선 공급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일부 국가의 경우 백신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종플루 백신을 어떤 계층에 우선 공급할 것인가도 난제다. 감염자 접촉이 잦은 의료업계 종사자가 1순위가 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학생 및 학부모 △천식 · 폐 질환자 △노인 등 가운데 누가 먼저 혜택을 받아야 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사이 신종플루 사망자 및 감염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일본에선 지난 15일 첫 사망자가 나온 지 불과 사흘 만인 18일 당뇨병을 앓던 70대 남성이 추가로 사망했고 19일엔 나고야시에서 80대 여성이 숨지면서 사망자가 3명으로 늘었다. 다발성 골수종과 심부전증 등 지병을 갖고 있던 이 여성은 신종플루 감염에 따른 중증폐렴으로 목숨을 잃었다. 일본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3~9일 전국 5000개 지정 의료기관에서 보고한 신종플루 환자 수는 총 4630명으로 병원 한 곳당 평균 0.99명으로 집계됐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현재까지 일본 내 신종플루 환자 수는 총 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17일 30대 여성이 숨지면서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자가 15명으로 증가했다.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름 최대 성수기를 맞은 이탈리아 그리스 하와이 등 관광대국들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 관광도시인 카프리는 올해 관광객 수가 작년보다 30% 줄었고,관광업이 지역경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하와이는 올 상반기 관광객들의 지출 규모가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유엔 산하 세계관광기구(WTO)는 올해 세계 관광산업이 전년 대비 4~6%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욱진/김미희 기자/도쿄=차병석 특파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