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원장 면담 불투명속 추측 '무성'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6일 북한 체류를 하루 또 연장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오후 5시57분께 "현 회장 일행이 통일부에 하루 더 연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곧바로 연장을 승인했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현대측은 '현회장 일행에게서 연락받은게 없지만 불가피하게 연장이 되는 것으로 보고 신청한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 석방과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등 대북사업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0일 장녀인 정지이 현대 U&1 전무와 함께 2박3일의 일정을 잡고 평양으로 간 현 회장은 이번까지 5차례나 체류를 연장했다.

유씨는 지난 13일 석방돼 귀환했지만, 금강산.개성 관광 등 차질을 빚는 대북사업 현안 해결에 대한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특히 현 회장이 현안 해결의 분수령으로 여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 회장이 귀환을 자꾸 늦추는 것은 김 위원장과 면담을 하지 못하는 등 현안에 대한 합의 도출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이날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시어머니인 변중석 여사의 2주기이기 때문에 귀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일을 넘기면서까지 체류를 연장하는 것은 해결하고 넘어갈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 회장은 북측의 실무자와 어떤 식으로든 현안 논의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면담 성사 여부가 귀환을 결정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이 아직 김 위원장과 면담을 하지 못했다면, 이날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통들은 점치고 있다.

한편, 북한의 주간지 통일신보는 지난 14일자에서 1998년 10월말 소떼를 몰고 2차 방북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숙소를 김 위원장이 밤늦게 찾아 면담한 내용의 시를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관용 매체를 통해, 애타게 기다리는 현 회장을 위해 김 위원장이 `면담을 선사'한다는 것을 암시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대로 현 회장의 이번 방북 기간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과 강원도 원산 등에서 현지 지도를 하거나 시찰을 했다면, 애초 현 회장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한 확약 없이 평양을 방문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낳게 한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이 이번 방문에서 김 위원장 면담이라는 주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돌아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까지 7차례 평양을 방문한 현 회장의 앞서 가장 길었던 일정은 2007년 10월30일부터 11월3일까지 4박5일간 머물렀을 때다.

현 회장은 당시 김 위원장을 만나 백두산 관광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 회장이 17일 귀환한다면 7박8일간 머문 게 된다.

(서울.파주연합뉴스) 이동경 홍지인 최우정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