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이승을 떠나면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한줌 흙으로 돌아가거늘 어떤 사람은 땅 속에서도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1958~2009)이 사망한 지 한 달 반도 안돼 1억달러(1250억원)를 번 데 이어 연말까지 같은 액수를 더 벌어들일 거라는 소식이다.

수입원은 다양하다. 300만장이나 팔린 음반은 물론 티셔츠 · 컵 같은 기념품 판매부터 자서전 재출간과 영화 제작 및 배급권 계약까지.잭슨재단에서 집계한 공식 금액만 이 정도니 거리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불법기념품 매출을 더하면 얼마가 될지 알 길 없다는 마당이다.

이대로 가면 사후(死後) 수입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해 온 엘비스 프레슬리(1935~77)를 능가할지 모른다고 한다. 프레슬리는 생전의 활동기간(23년)보다 훨씬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매년 마돈나(4000만달러)와 저스틴 팀버레이크(4400만달러) 같은 현존 톱스타보다 더 번다.

경제주간지'포브스'가 유명인의 사후 수입을 발표해온 2001년 이래 프레슬리는 딱 한 해(2006년)만 빼고 1위다. 지난해 수입은 5500만달러.2006년 1위는 84년 요절한 커트 코베인(그룹'너바나'리드싱어)으로 유산관리자인 아내가 밴드 노래 25%를 5000만달러에 판 덕을 봤다.

사후수입 10위권은 프레슬리와 만화가 찰스 슐츠,비틀스 멤버 존 레넌,팝아티스트 앤디 와홀,아동용그림책 작가 테오도르 가이젤,마릴린 먼로,아인슈타인 등 7명을 축으로 매년 조금씩 바뀐다. 2005년엔'반지의 제왕'작가 톨킨,지난해엔 요절한 배우 히스 레저가 오른 식이다.

아인슈타인 외엔 대부분 문화예술인이고 소득의 요체는 콘텐츠다. 프레슬리만 해도 생전에 살던 집이자 무덤이 있는 멤피스의 그레이스랜드 입장권과 기념품 판매 수입이 있지만 중심은 노래(650곡)와 영화(33편) 판매에 따른 로열티다.

다음은 고인의 이미지와 콘텐츠에 대한 철저하고도 꾸준한 관리다. 프레슬리 관리회사의 경우 청소년 및 어린이 대상 채널엔 공연실황 필름을 무료로 빌려주고 총과 술에 대해선 상표 사용을 금지한다. 사람은 가도 콘텐츠는 남고,바로 이 콘텐츠가 인물의 지속적인 이미지 관리에 힘입어 끊임없는 부(富)를 창출하는 셈이다. 당장의 수입에 연연,본업보다 부업에 열 올리는 국내 연예인들은 물론 창조 · 문화 산업 종사자 모두 기억해둬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